구하라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제도의 정식 명칭은 상속권 상실 선고입니다. 2024년에 신설된 제도인데,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으로 상속권을 잃게 할 수 있는 대상과 사유가 크게 넓어졌습니다. 넓어진 규정은 개정 전에 이미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그 청구에는 6개월이라는 기한이 붙어 있고, 2026년 9월 16일에 닫힙니다.
구하라법은 어떤 경우에 상속권을 잃게 하나요
피상속인에 대한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경우, 그리고 피상속인에게 중대한 범죄행위를 하거나 그 밖에 심히 부당한 대우를 한 경우입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1항, 제3항).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해 두는 경우에는, 그 배우자나 피상속인의 직계혈족에게 한 행위까지 사유가 됩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1항 제2호).
2026년 3월 17일 공포·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21454호)이 이 범위를 넓혔습니다. 종전에는 상속권 상실 선고의 대상이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으로 한정되어 있었으나 그 한정이 없어져, 상속인이 될 사람이면 자녀든 배우자든 대상이 됩니다. 부양의무도 종전에는 미성년자에 대한 부양의무만 해당했는데 그 제한이 없어져, 성년이 된 뒤 부모를 돌보지 않은 경우까지 사유가 됩니다.
상속결격과는 다릅니다. 민법 제1004조가 정한 결격사유는 피상속인을 고의로 살해하거나 상속에 관한 유언을 방해한 것처럼 무거운 행위여서, 해당하면 그 자체로 상속인이 되지 못합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는 가정법원이 선고해야 비로소 효력이 생깁니다. 사유가 있어도 아무도 청구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그대로 상속인입니다.
누가 청구할 수 있고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피상속인이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으로 상속권 상실의 의사를 표시해 두었다면 유언집행자가, 그런 유언이 없었다면 공동상속인이 청구합니다. 공동상속인이 청구할 때는 6개월이라는 기한이 붙습니다.
유언집행자는 가정법원에 그 사람의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여야 합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1항).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증인 2인이 참여한 가운데 공증인의 면전에서 하는 방식이라(민법 제1068조), 자필로 적어 둔 유언장에 같은 뜻을 적어 두어도 이 청구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상속권 상실의 대상이 될 사람은 그 유언의 유언집행자가 되지 못합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2항).
그런 유언이 없었다면, 공동상속인은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3항). 청구할 공동상속인이 없거나 모든 공동상속인에게 같은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선고가 확정됨으로써 비로소 상속인이 될 사람이 청구합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4항).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도 청구할 수 있나요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상속이 개시되었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넓어진 제1004조의2는 그날 이후 개시된 상속에도 적용되고, 시행 전에 있었던 행위도 사유가 됩니다(민법 부칙 제2조).
기한은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렇게 시행 전에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서,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음을 시행 전에 이미 알고 있었던 공동상속인은 시행일부터 6개월 이내에 청구해야 합니다(민법 부칙 제4조). 시행일이 2026년 3월 17일이므로 그 6개월은 2026년 9월 16일에 끝납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의 확정으로 상속인이 될 사람도 같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안다'는 것은 개정법을 안다는 뜻이 아닙니다. 사유가 있는 사람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시행 전부터 알고 있었다면, 구하라법이 바뀐 것을 최근에야 알았더라도 이 6개월이 적용됩니다. 시행 후에 비로소 알게 되었다면 민법 제1004조의2 제3항으로 돌아가 안 날부터 6개월입니다.
법원은 무엇을 보고 상속권 상실을 선고하나요
가정법원은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는 원인이 된 사유의 경위와 정도, 상속인과 피상속인의 관계, 상속재산의 규모와 형성 과정 및 그 밖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청구를 인용하거나 기각합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5항). 사유에 해당한다고 해서 상속권 상실 선고가 반드시 내려지지는 않습니다.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는지는 부양의무가 있었다는 것부터 따집니다. 민법 제974조는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사이에 부양의무를 정하고, 제975조는 부양을 받을 사람이 자기의 자력이나 근로로 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 의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왕래가 오래 없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했다는 결론이 나오지 않습니다. 부양이 필요한 상태였는지를 먼저 보고, 그 부양을 어떻게 저버렸는지를 봅니다.
상속권 상실 선고를 청구받은 상속인이 다툴 여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상속재산이 누구의 노력으로 형성되었는지, 관계가 끊어진 경위가 어느 쪽에 있는지도 가정법원이 함께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조항이라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고, 그만큼 사실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주장하는지가 중요해집니다.
상속권을 잃으면 그 몫은 누구에게 가나요
누가 상속권을 잃었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이나 형제자매가 상속권을 잃으면 그 사람의 직계비속이 순위에 갈음하여 상속인이 되고, 상속분도 그대로 이어받습니다(민법 제1001조, 제1010조). 이것이 대습상속입니다.
그런데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이 상속권을 잃으면 대습상속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민법 제1001조가 직계비속과 형제자매에 대해서만 대습상속을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녀를 부양하지 않은 부모가 상속권을 잃는 전형적인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같은 순위의 다른 상속인이 있으면 그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상속하고, 같은 순위가 없으면 다음 순위로 넘어갑니다(민법 제1000조 제1항).
상속권을 잃은 사람의 배우자도 대습상속을 하지 못합니다. 민법 제1003조 제2항이 대습상속인으로 정하는 것은 상속개시 전에 사망한 사람의 배우자뿐이어서, 상속권 상실 선고를 받은 사람이나 상속결격에 해당하는 사람의 배우자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상속개시 후에 상속권 상실 선고가 확정되면 그 사람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여 상속권을 상실합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6항 본문). 다만 선고가 확정되기 전에 제3자가 취득한 권리는 해치지 못합니다(같은 항 단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상속재산이 처분될 수 있으므로, 상속권 상실을 청구하면서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함께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04조의2 제7항).
마치며
구하라법은 사유가 있다고 저절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기한 안에 가정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해야 하고, 2024년 4월 25일 이후에 상속이 개시된 사건에서 사정을 이미 알고 계셨다면 2026년 9월 16일이 마지막 날입니다.
준비할 것은 사유를 뒷받침할 자료입니다. 부양이 필요한 상태였다는 사정, 그 부양을 저버린 경위, 상속재산이 형성된 과정을 가정법원이 함께 보므로 그에 관한 기록부터 모으시기 바랍니다. 원주와 영주에서도 오래 연락이 끊겼던 상속인이 상속 개시 후에 나타나 재산을 요구하는 일을 자주 봅니다. 남은 기간을 생각하면 자료를 갖추고 청구서를 내는 데 쓸 시간이 넉넉하지 않으니, 해당한다고 생각되시면 법률 전문가와 서둘러 논의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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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974조, 제975조, 제1000조, 제1001조, 제1003조, 제1004조, 제1004조의2, 제1010조, 제1068조 / 민법 부칙(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2조, 제4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