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의 외도를 마주하면, 배우자만이 아니라 그 상대였던 상간자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있는지 자연스레 떠오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상간자를 상대로 한 위자료 청구는 법적으로 가능하고 실무에서도 흔히 오가는 소송입니다. 다만 어떤 경우에나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인정 금액도 사안에 따라 폭이 큽니다. 아래에서 청구의 법적 근거와 성립 요건, 상간자가 자주 꺼내는 면책 주장, 실무에서 매겨지는 금액대와 소멸시효까지 순서대로 살펴보겠습니다.
상간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출발점은 민법 제750조입니다. 고의나 과실로 위법하게 남에게 손해를 끼친 사람은 이를 배상해야 한다는, 불법행위 일반 조항이지요. 이 조항이 부부의 외도 문제에 어떻게 닿는지가 한동안 다툼거리였는데, 2014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정리해 주었습니다. 제3자가 부부 한쪽과 부정행위를 저질러 혼인의 본질인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하거나 그 유지를 방해하고, 그로써 배우자의 권리를 해쳐 정신적 고통을 안기면 원칙적으로 불법행위가 된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요컨대 부부가 함께 꾸려 가는 공동생활 자체가 법이 지켜 주는 이익이고, 바깥의 제3자가 그 안으로 끼어들어 이를 무너뜨렸다면 그 행위가 곧 민법 제750조가 말하는 위법행위라는 것입니다. 그 결과 피해 배우자는 배우자에게는 물론이고 상간자에게도 따로 위자료를 물을 수 있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이 청구가 이혼과 묶여 있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외도는 확인했지만 아직 이혼까지 마음먹지 않은 단계라도 상간자만 겨냥해 청구할 수 있고, 실무에서는 오히려 이런 형태가 더 잦습니다.
어떤 경우에 책임이 부정되나요?
책임이 서려면 불법행위의 요건이 두루 충족되어야 하는데, 사안의 성격상 법정에서 특히 자주 부딪치는 쟁점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부정행위가 벌어진 시점에 부부의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살아 있었는지입니다. 앞의 판결이 기댄 논리는 제3자가 부부공동생활을 침해했다는 데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그 공동생활이 사실상 깨져 침해될 대상 자체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상간자의 행위가 있었더라도 무너뜨릴 법익이 없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대법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부부공동생활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파탄된 뒤에 이뤄진 제3자의 부정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상간자 측은 이미 별거 상태였다거나 사실상 이혼에 합의한 사이였다는 식으로 혼인의 파탄을 내세워 책임을 벗으려는 일이 잦습니다. 다만 부정행위 당시 이미 혼인이 회복 불능으로 파탄나 있었다는 사정은 그렇게 주장하는 상간자 쪽이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판결). 그렇더라도 다툼의 여지를 줄이려면, 부정행위 무렵 부부가 한집에서 일상을 함께하고 있었다는 정황을 미리 잘 갈무리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다른 하나는 상간자가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입니다. 상간자가 상대의 기혼 사실을 정말 몰랐고 그럴 만한 낌새조차 없었다면 고의도 과실도 부정되어 책임이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남녀 사이에 상대가 유부남·유부녀인지 일일이 확인할 주의의무까지 일반적으로 지우지는 않지만, 넉넉히 알아챌 만한 사정이 있었는데도 눈감거나 모른 척했다면 과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둘이 나눈 메시지, 같이 찍은 사진, 만남의 정황 등 상간자가 기혼임을 알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자료가 자주 등장합니다. 대화에 배우자나 아이 이야기가 스쳤거나 결혼반지, 가족사진처럼 기혼을 짐작하게 하는 단서가 있었다면, 알 수 있었다는 판단은 비교적 수월하게 내려집니다.
이 둘이 가장 흔한 면책 카드이고, 실제로 일부 사건에서는 이것이 통해 청구가 기각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소장을 꾸릴 때는 두 주장을 미리 틀어막을 사실관계와 증거를 갖춰 두는 일이 관건입니다.
위자료는 얼마나 인정되나요?
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해 액수를 매깁니다. 혼인 기간이 길어 부부가 함께 쌓아 온 공동생활의 무게가 클수록, 또 부정행위가 오래 이어지고 관계의 정도가 깊을수록 금액은 올라갑니다. 이때 부정행위가 반드시 육체관계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부정행위를 간통에 미치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일체의 행위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보고, 그 수위와 정황에 비추어 부정행위인지 가린다고 합니다(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므7 판결). 그래서 몸의 접촉이 없는 친밀한 사이라도 그 내용과 정도에 따라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데, 다만 금액은 감정만 오간 경우보다 신체 접촉이 있던 경우가, 한 번의 만남보다 오래 반복된 관계가 더 높게 잡힙니다. 이 외에도 그 부정행위가 실제 이혼이나 별거로 번졌는지, 미성년 자녀가 있어 그 충격까지 헤아려야 하는지, 상간자가 사과하고 관계를 끊었는지 아니면 들킨 뒤에도 이어 갔는지 같은 사후 태도가 함께 반영됩니다.
실무에서 상간자 위자료는 대체로 1,0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에서 정해지고, 오래 반복된 부정행위나 아이가 있는 가정의 파탄, 이혼에까지 이른 경우처럼 사안이 무거우면 그보다 높게 인정되기도 합니다. 그렇더라도 5,000만원을 웃도는 사례는 흔치 않습니다.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습니다. 배우자와 상간자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이른바 부진정연대채무 관계에 놓입니다. 둘이 제각기 책임을 지되, 피해자가 양쪽에서 위자료를 겹쳐 받을 수는 없고, 한쪽이 먼저 지급하면 그만큼 다른 쪽 책임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이지요. 따라서 배우자와 상간자에게 각각 청구한 금액을 그저 더해 전부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게다가 양쪽에 인정되는 금액이 서로 다를 때의 정산은 제법 까다로운 법리를 타므로, 구체적인 청구와 수령 전략은 변호사와 상의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실무의 요령 하나를 덧붙이면, 상간자 위자료를 청구할 때 청구액을 굳이 3,001만원으로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 청구액이 3,000만원 이하면 소액사건으로 분류돼 판결문에 판단 이유가 빠질 수 있어서, 액수를 한 단계 올려 상간자의 부정행위가 판결문에 또렷이 남도록 하려는 기법입니다. 다만 청구액은 본래 실제 손해와 사안의 무게에 맞춰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 무작정 금액을 키우는 것이 언제나 유리하지는 않습니다.
정리하면
상간자 위자료 청구는 외도가 남긴 상처에 법으로 대응하는 하나의 길입니다. 요점은 셋입니다. 첫째, 이 청구는 이혼 여부와 상관없이 가능합니다. 배우자를 용서하기로 했더라도 상간자에게는 별도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둘째, 부정행위 당시 혼인이 유지되고 있었다는 점과 상간자가 기혼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핵심 요건이므로, 이 두 면책 주장을 미리 막을 사실관계와 증거를 갖춰 두어야 합니다. 셋째, 소멸시효를 흘려보내지 말아야 합니다.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외도 사실과 상간자가 누구인지를 안 날부터 3년, 부정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민법 제766조).
증거를 모을 때 흥신소나 사설업체에 맡기는 일은 되도록 피하시길 권합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을 어긴 방식으로 얻은 증거는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잃을 수 있고, 되레 의뢰한 본인이 형사책임을 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메시지와 통화기록, 블랙박스, CCTV처럼 정상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 충분한 사안이 대부분이니, 증거 수집 단계부터 변호사와 상의하며 차분히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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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750조, 제766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14. 11. 20. 선고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2므13504 판결 / 대법원 1988. 5. 24. 선고 88므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