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이것이 이혼 사유가 되느냐입니다. 민법은 배우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받은 심히 부당한 대우도 재판상 이혼원인으로 정해 두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3호). 그렇다고 시댁과 사이가 나쁘다는 사정만으로 이혼이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이 들여다보는 것은 갈등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그 갈등 앞에서 배우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입니다.
고부갈등만으로 이혼할 수 있나요?
갈등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제840조 제3호의 심히 부당한 대우는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또는 모욕을 받았을 경우를 말합니다(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이 기준은 배우자 본인의 행위를 두고 나온 것이지만, 시부모의 행위도 같은 호에 함께 규정되어 있어 같은 기준으로 판단된다고 해석됩니다. 잔소리와 간섭, 살림 방식을 둘러싼 충돌은 대개 이 정도에 이르지 않습니다.
원심이 시어머니의 관여를 아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다소 무리하게 표현된 것으로 보아 이혼사유가 될 만큼 부당한 행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대법원이 이 판단을 수긍한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므1689 판결). 반면 시부모에게 폭행을 당했거나 인격을 짓밟는 모욕이 되풀이되었다면 제3호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남편이 가운데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으면요?
그 경우 혼인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돌아갈 수 있습니다. 제3호에 이르지 않는 갈등이라도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로 이혼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민법 제840조 제6호). 대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와 정도, 그 전 과정에 걸쳐 파탄 상태의 극복 및 혼인관계 지속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여부 등을 두루 참작하고,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면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이혼을 청구한 쪽)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실질적으로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 청구가 허용되어야 한다고 합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932 판결).
시부모의 경제적 지원 요구를 두고 아내와 시부모 사이에 갈등이 생겼는데, 남편이 이를 조정하려는 노력 없이 재결합한 지 5개월도 안 되어 집을 나가 별거한 사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아내에게도 잘못이 있었지만 파탄의 주된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보아, 남편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인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므1225 판결). 시어머니 문제로 이혼을 요구하는 아내를 설득하기는커녕 폭력을 쓴 남편의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혼인이 파탄되었는지를 다시 살피라며 아내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위 2005므1689 판결).
장인·장모와의 갈등(장서갈등)도 똑같이 보나요?
조문은 똑같이 적용됩니다. 제840조 제3호는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이라고만 적고 있어, 남편이 장인·장모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우도 여기에 들어갑니다. 처가의 간섭이나 비교, 경제적 요구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도 시부모의 경우와 같습니다. 심히 부당한 대우에 이르지 않으면 제6호의 문제가 되고, 이때는 파탄의 원인에 관한 부부 각자의 책임을 따지므로 아내가 그 갈등을 어떻게 다뤘는지도 함께 판단됩니다.
방향이 반대인 경우도 이혼원인이 됩니다.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입니다(민법 제840조 제4호). 며느리가 시부모를 부당하게 대우하면 남편이, 사위가 장인·장모를 부당하게 대우하면 아내가 이혼을 청구하는 경우입니다. 제4호도 제3호와 같은 '심히 부당한 대우'라는 문언을 쓰고 있어, 제3호와 같은 수준의 기준이 적용된다고 해석됩니다.
시부모에게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나요?
혼인 파탄에 책임이 있다면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남편과 함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며느리의 위자료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원심 판단을 대법원이 정당하다고 본 사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므895 판결 참조). 시부모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배우자에 대한 이혼 청구와 함께 하나의 소로 가정법원에 낼 수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다목 2), 제14조 제1항). 장인·장모를 상대로 하는 경우도 같습니다. 다만 위자료가 인정될지와 그 금액은 파탄에 이른 경위와 가담 정도에 따라 사안마다 다릅니다.
오래 참아 왔는데 지금 청구해도 되나요?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면 제842조의 기간에 걸리지 않습니다. 제6호 사유는 다른 일방이 이를 안 날부터 6개월,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이혼을 청구하지 못합니다(민법 제842조). 그러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이혼청구 당시까지 계속되고 있는 경우에는 제842조가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므1243 판결). 반대로 갈등이 이미 끝났고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면 그 일만으로 제6호에 기대어 이혼을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치며
시부모의 폭언이나 모욕은 녹음이나 메시지로, 그로 인한 치료는 진료기록으로 남겨 두시고, 배우자에게 중재를 요청했는데도 외면당했다면 그 대화도 보관해 두십시오. 참다못해 집을 나오는 경우라면 그 전에 배우자에게 무엇을 요청했는지가 나중에 책임을 따질 때 영향을 줍니다.
원주와 여주에서도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으로 이혼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갈등의 정도와 배우자의 책임은 사안마다 다르게 평가되므로 자기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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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840조, 제842조 / 가사소송법 제2조, 제14조
참고 판례: 대법원 1994. 12. 23. 선고 94므1225 판결 /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므895 판결 / 대법원 1996. 11. 8. 선고 96므1243 판결 /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므1689 판결 /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므14763 판결 /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2므1093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