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가 부모의 휴대폰이나 결제수단으로 온라인 게임에 수백만 원, 때로는 수천만 원을 결제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이미 아이템을 다 쓴 것 같고 결제한 지도 한참 지나 포기부터 하시는 분이 많지만, 부모 동의 없이 이뤄진 미성년자의 결제라면 돌려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관건은 소비자로서의 청약철회가 아니라 미성년자의 법률행위 취소권이며, 여기에 결제 서비스 회사의 책임과 누가 결제했는지를 둘러싼 입증 문제가 얽힙니다.
이미 아이템을 다 썼는데, 전자상거래법으로 환불되나요?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는 이 국면에서 막힐 수 있지만, 그것으로 끝은 아닙니다. 전자상거래법은 소비자에게 구매 후 일정 기간 안에 취소할 수 있는 청약철회권을 줍니다(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이 철회는 원칙적으로 계약 내용을 적은 서면을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해야 합니다. 다만 용역이나 디지털콘텐츠의 제공이 이미 시작된 경우에는 이 청약철회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7조 제2항 제5호). 게임 아이템처럼 결제와 동시에 제공이 개시되고 자녀가 이미 써 버린 콘텐츠라면, 결제한 지 오래된 건과 더불어 이 조항에 걸려 환불이 막힐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맺은 계약은 민법이 따로 정한 취소 사유에 해당해, 소비자법의 청약철회와는 별개로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성년자 취소권은 정확히 어떤 권리인가요?
미성년자가 부모, 곧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한 법률행위는 취소할 수 있고, 취소하면 결제도 없던 일로 돌아갑니다. 민법은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하려면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그 동의 없이 한 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민법 제5조). 만 19세 미만 자녀가 게임 아이템을 사는 것도 법률행위여서, 부모 동의 없이 이뤄진 결제는 취소 대상이 됩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동의가 꼭 말로 명시될 필요는 없고 묵시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으며, 묵시적 동의나 처분을 허락한 재산의 범위 안이라면 미성년자가 더는 취소할 수 없다고 봅니다(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71659, 71666, 71673 판결). 예컨대 매달 정해진 용돈을 자유롭게 쓰도록 맡겼다면 그 범위의 소액 결제는 묵시적 동의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1,500만 원 같은 거액을 부모가 묵시적으로 허락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법원은 자녀의 나이와 소득 유무, 계약의 성질과 금액 같은 사정을 두루 따져 이 묵시적 동의 여부를 가립니다. 취소가 받아들여지면 그 결제는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돌아가, 낸 돈을 돌려받는 방향으로 정리됩니다.
결제 서비스 회사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나요?
계정 이용자와 카드 명의자가 다른데도 확인 없이 결제되게 했다면, 회사에 손해배상을 물을 여지가 있습니다.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회사에는 저장된 카드 정보가 명의자의 뜻과 다르게 쓰이지 않도록 관리할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수원지방법원은 포털 계정 이용자와 신용카드 명의인이 다르고 이용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카드 정보를 새로 입력하게 하는 등으로 명의자의 의사에 따른 결제인지 확인할 주의의무가 있는데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넣으면 저장된 카드로 결제되도록 두어 미성년자의 무단 사용을 과실로 쉽게 만들었다면 그 회사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8. 9. 20. 선고 2017나69021 판결; 민법 제750조). 다만 그 사건에서 법원은 카드 관리와 자녀 지도를 소홀히 한 부모의 과실도 인정해 배상액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회사를 상대로 받아 내더라도 전액이 아니라 일부만 돌아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성년자가 결제했다는 것을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취소를 주장하는 부모 쪽이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결제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민사에서는 어떤 사실을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하고, 미성년자의 법률행위라며 취소를 주장할 때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맞대지 않는 온라인 거래여서 이 입증이 실질적인 승부처가 됩니다. 자녀 본인 명의의 게임 계정으로 부모 결제수단을 끌어다 쓴 경우라면, 계정이 미성년자 것이어서 결제 주체를 특정하기가 비교적 수월합니다. 반대로 부모 명의의 기기나 계정으로 결제가 이뤄졌다면, 실제로 자녀가 했는지 부모가 스스로 했는지를 밖에서 가리기 어려워 입증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결제 내역과 자녀의 게임 이용 정황, 계정 명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해 보여 주느냐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마치며
미성년 자녀가 부모 결제수단으로 게임에 거액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고, 그 틈을 노려 환불을 대신 받아 주겠다며 돈만 받고 사라지는 업체까지 있어 이중으로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대행업체에 맡기기보다, 결제 시점과 계정 명의, 사용 정황을 정리해 이른 단계에 법률 전문가와 상의해 가장 유리한 회수 방법을 찾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환불 다툼과는 별개로 자녀와 충분히 대화해 온라인 게임을 과의존 없이 건강하게 즐길 방법을 함께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참고 법령: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 민법 제5조, 제750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07. 11. 16. 선고 2005다71659, 71666, 71673 판결, 수원지방법원 2018. 9. 20. 선고 2017나6902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