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까지 받아 두고도 집행할 재산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등기부를 떼어 보면 채무자 명의였던 아파트가 몇 달 전에 배우자나 형제 앞으로 넘어가 있습니다. 이때 채권자가 쓰는 것이 채권자취소권입니다.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고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채권자가 그 취소와 원상회복을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406조 제1항). 다만 넘어간 재산이 언제나 돌아오는 것은 아니고, 요건과 기간이 까다롭습니다.
채무자가 재산을 넘겼는데 되돌릴 수 있나요?
되돌릴 수 있지만, 그 처분 때문에 빚을 갚을 재산이 모자라게 되었어야 합니다. 사해행위는 채무자가 재산을 줄이거나 빚을 늘려 채무초과상태에 이르게 하거나 이미 채무초과인 상태를 더 심하게 만드는 행위이고, 그런 상태가 그 행위로 초래되었다는 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7783 판결 참조). 재산이 여럿인 채무자가 그중 하나를 넘겼어도 남은 재산으로 빚을 다 갚을 수 있다면 사해행위가 아닙니다.
취소하려는 채권이 언제 생겼는지도 봅니다. 채권자취소권으로 보호되는 채권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 전에 발생한 것이어야 합니다. 돈을 빌려주기도 전에 채무자가 넘겨 둔 재산은 손댈 수 없다는 뜻입니다. 처분 당시 이미 채권이 생길 기초가 마련되어 있었고 실제로 곧 채권이 생긴 경우에만 예외가 인정됩니다(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2957 판결).
어떤 처분이 사해행위가 되나요?
공짜로 준 증여만이 아니라 제값을 받고 판 매매도 사해행위가 됩니다. 채무초과 상태의 채무자가 자기의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매각하여 소비하기 쉬운 금전으로 바꾸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에 대하여 사해행위가 되고, 채무자의 사해의사가 추정됩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262 판결). 값을 제대로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벗어나지 못합니다. 부동산은 압류해 경매에 넘길 수 있지만 현금은 쓰고 나면 남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 채권자 가운데 한 사람에게만 유일한 부동산을 넘겨 빚을 갚는 것도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가 됩니다(같은 판결). 새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거나 받을 돈을 남에게 넘겨주는 것도 사해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누구를 상대로 소를 내야 하나요?
재산을 받아 간 수익자와 그에게서 다시 넘겨받은 전득자가 피고입니다. 채무자는 피고가 아닙니다. 채권자취소권은 사해행위로 이익을 받은 자나 전득한 자를 상대로 행사하여야 하고 채무자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는 없습니다(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다21923 판결). 채무자를 피고로 적어 내면 그 부분은 각하됩니다.
피고가 된 수익자는 대개 사정을 몰랐다고 다투는데, 증명할 사람은 수익자입니다.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악의는 추정되므로 수익자로서는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면 자신의 선의를 입증할 책임이 있습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채무자와 수익자의 관계, 처분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거래조건이 정상적이었는지를 놓고 판단하며, 객관적인 증거자료 없이 당사자의 말만으로 선의를 인정하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다237192 판결).
언제까지 소를 내야 하나요?
채권자가 취소원인을 안 날부터 1년, 법률행위가 있은 날부터 5년입니다(민법 제406조 제2항). 제척기간이어서 중단이라는 것이 없고, 지나면 내용이 아무리 분명해도 각하됩니다.
1년의 기산점이 생각보다 이릅니다. 취소원인을 안 날이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사해행위를 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을 말합니다. 채무자에게 사해의사가 있었다는 사실까지 알아야 하지만, 수익자나 전득자의 악의까지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262 판결). 나아가 채무자가 유일한 재산인 부동산을 처분하였다는 사실을 채권자가 알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사해의사도 알았다고 봅니다(같은 판결). 채무자의 유일한 재산이 넘어간 경우라면, 등기부를 떼어 이전등기를 확인한 그날부터 1년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기면 그 재산이 제 것이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재산은 채무자 쪽으로 돌아가고, 채권자는 돌아온 재산에 다시 강제집행을 해야 합니다. 취소를 구하는 범위도 원칙적으로 자기 채권액을 넘지 못합니다(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다66416 판결). 원상회복은 원칙적으로 목적물 자체의 반환에 의하여야 하고, 그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한하여 가액배상에 의합니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3620 판결). 부동산이면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돌아온 재산을 혼자 가져가는 것도 아닙니다. 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어(민법 제407조), 사해행위 전부터 채권을 가지고 있던 다른 채권자가 함께 배당을 요구하면 나누어 받게 됩니다(대법원 2026. 5. 20. 선고 2025다210073 판결).
마치며
사해행위취소소송은 재산이 이미 빠져나간 뒤에 시작하는 소송이라, 늦으면 요건을 갖추고도 각하됩니다. 채무자의 등기부와 재산 내역을 확보해 두시고, 이전등기를 확인한 날짜를 그때그때 적어 두십시오. 1년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가 법정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집니다. 재산을 받아 간 쪽이 가족이거나 오랜 거래처라면 대금이 실제로 오갔는지가 선의 판단을 좌우하므로, 관계와 돈의 흐름을 함께 정리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원주와 안동에서 채권 회수를 진행하다 이 단계에 닿는 분들이 계십니다. 무자력 판단과 기산점은 사안마다 달라지므로 자기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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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406조, 제407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00. 9. 29. 선고 2000다3262 판결 /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다66416 판결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0다7783 판결 /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2957 판결 / 대법원 2004. 8. 30. 선고 2004다21923 판결 /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다43620 판결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7다74621 판결 / 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4다237192 판결 / 대법원 2026. 5. 20. 선고 2025다21007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