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다짐이나 몸싸움으로 고소를 당하면 누구나 먼저 합의를 떠올립니다. 그런데 같은 합의라도 어떤 사건에서는 처벌 자체를 막아 주고, 어떤 사건에서는 형을 줄여 주는 선에서 그칩니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이 바로 죄명이 폭행이냐 상해냐입니다.
폭행과 상해는 어떻게 구분되나요?
상대가 다쳤는지, 그 정도가 어떤지로 구분됩니다. 몸에 물리력을 가했지만 다친 곳이 없으면 폭행, 신체 기능에 손상이 생기면 상해로 봅니다. 폭행죄는 신체에 유형력을 가하기만 하면 성립하는 범죄여서(형법 제260조 제1항,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세게 때리지 않고 밀거나 붙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상해죄는 그 대신 다친 결과가 있어야 하지만, 법정형은 폭행죄보다 훨씬 높습니다(형법 제257조 제1항,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지점이 있습니다. 진단서가 제출됐다고 해서 곧바로 상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상해죄의 상해란 신체의 완전성을 훼손하거나 생리적 기능에 장애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하고, 폭행에 수반된 상처가 극히 경미하여 굳이 치료할 필요 없이 자연적으로 낫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면 상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도11886 판결). 같은 판결은 주로 통증이 있다는 피해자의 주관적 호소에 기대어 발급된 상해진단서라면 진단 경위와 이후 진료 경과까지 함께 살펴 그 증명력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전치 몇 주짜리 진단서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상해죄가 확정됐다고 단정할 일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폭행죄는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폭행에 그친 사건이라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국가도 처벌하지 못합니다. 폭행죄가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입니다. 형법 제260조 제3항은 폭행과 존속폭행에 대해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처벌불원의 뜻을 밝히면 수사 단계에서는 검사가 기소하지 못해 사건이 불기소로 끝나고, 재판에 넘어간다 하더라도,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로서 사건을 종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의할 점은 그 의사가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로 좋게 넘어가기로 한 정도로는 부족하고, 합의서와 함께 처벌불원서를 받아 문서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구두로만 오간 화해는 나중에 피해자가 마음을 돌리면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상해죄는 합의해도 처벌을 받나요?
상해라면 합의를 하더라도 사건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상해죄에는 폭행죄와 같은 반의사불벌 규정이 없어서(형법 제257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검사는 사건을 기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무의미하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합의는 형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반영되는 요소여서, 초범이고 피해가 크지 않다면 기소유예나 재판까지 가더라도 벌금, 집행유예로 마무리되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상해 사건에서 합의는 처벌을 지우는 카드가 아니라 처분과 형을 최대한 낮추는 카드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진단서가 있다고 반드시 상해가 되는 것도 아니니, 이 사건을 폭행으로 볼 여지는 없는지부터 살피는 것이 순서입니다.
합의는 언제까지 해야 효력이 있나요?
합의에는 시한이 있습니다.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 해야 효력이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한 번 그렇게 밝힌 뒤에는 이를 번복해 다시 처벌을 원할 수 없으므로, 그 의사표시는 신중해야 합니다.
이 시한은 특히 폭행에서 결정적입니다. 1심 선고 전에 처벌불원서가 접수되면 공소기각으로 사건이 닫히지만, 그 시점을 넘겨 항소심에서 합의를 이뤄도 이미 늦어 공소기각은 불가능하고 형을 가볍게 하는 정도로만 반영됩니다. 합의를 미루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상대가 합의해 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나요?
합의가 막혀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소되어 사건이 법원에 넘어간 뒤라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 수 없더라도 사건이 계속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피해 배상액을 공탁할 수 있습니다(공탁법 제5조의2). 피해자와 직접 닿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배상하려는 노력을 객관적으로 남기라고 마련된 제도입니다.
다만 공탁이 합의를 그대로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가령 폭행이 반의사불벌죄라 해도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빠지면 공탁했다는 사실만으로 공소기각에 이르지는 못하고, 상해에서도 공탁은 형을 정할 때 유리하게 참작되는 자료에 머무를 뿐 처벌 자체를 지워 주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수령을 거부하거나 형식적으로만 이뤄진 공탁은 기대만큼 참작되지 않을 수 있어, 어디까지나 합의가 먼저이고 공탁은 차선입니다. 그렇다고 합의도 공탁도 어려운 상황에서 곧바로 최악을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초범이고 피해가 크지 않은 폭행·상해라면 벌금이나 기소유예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결과는 피해 정도와 반성의 정도, 전과 유무에 따라 갈리므로 미리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맞고 되받아쳤는데 저도 처벌받나요?
안타깝지만 서로 뒤엉켜 싸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해 가한 행위는 방어인 동시에 공격의 성격을 함께 가지므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먼저 맞았다는 사정만으로 되받아친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는 뜻이고, 결국 두 사람 모두 입건되는 쌍방폭행으로 정리됩니다.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는 상대의 공격을 그저 막아내는 소극적 방어에 그친 때로, 실제로는 매우 좁게 인정됩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서는 양쪽이 서로 고소하고 다시 서로 합의하며 정리되는 사건이 흔합니다. 부당하게 시비에 말려들었더라도 맞받아 때리기보다, 한 발 물러나 현장을 촬영하고 목격자를 확보한 다음 신고로 대응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흉기를 쓰거나 여럿이 가담하면 어떻게 되나요?
같은 폭행·상해라도 위험한 물건이 동원되거나 여러 사람이 가담하면 죄명에 '특수'가 붙어 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특수폭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형법 제261조), 특수상해는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만 처벌됩니다(형법 제258조의2 제1항). 형이 무거워지는 데서 끝이 아닙니다. 특수폭행은 일반 폭행과 달리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반의사불벌을 정한 제260조 제3항이 일반 폭행에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위험한 물건이라는 개념도 생각보다 넓습니다. 칼 같은 전형적 흉기만이 아니라 깨진 병이나 각목처럼 상황에 따라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물건이면 폭넓게 여기에 들고, 쓰기에 따라서는 자동차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편 때릴 의도만 있었더라도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다치면 폭행치상으로 넘어가 상해에 준해 처벌됩니다(형법 제262조).
마치며
결국 관건은 이 사건이 폭행이냐 상해냐입니다. 폭행에 머문다면 1심 선고 전에 이룬 합의가 사건 자체를 닫을 수 있고, 상해라면 합의가 처벌을 지우지는 못해도 형을 크게 낮춰 줍니다. 합의가 어려우면 공탁이 그 빈자리를 일부 채워 주지만, 흉기가 등장하거나 여러 명이 가담하면 그때부터는 합의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수사 초반에 무심코 내놓은 말이 뒤에 가서 발목을 잡는 일이 흔하니,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을 스스로 정리하고 어떤 죄명으로 다툴지부터 가늠한 다음 입을 여는 것이 안전합니다. 방향이 서지 않을 때는 초기에 전문가의 조언을 한 번 들어 두는 것만으로도 대응의 밑그림이 달라집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참고 법령: 형법 제257조, 제258조의2, 제260조, 제261조, 제262조 / 형사소송법 제232조 / 공탁법 제5조의2
참고 판례: 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도1188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