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며 정한 면접교섭을 상대가 지키지 않는다면, 참고 기다리는 것 말고도 방법이 있습니다. 면접교섭은 부모와 자녀 모두의 권리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가로막으면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신청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까지 물릴 수 있습니다. 다만 밀린 양육비처럼 몸을 가두는 감치로 이어지지는 않아, 처음 면접교섭을 정할 때 얼마나 구체적으로 못 박아 두었는지가 결국 가장 큰 무기가 됩니다. 아이를 못 보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면접교섭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를 위한 권리라던데요?
맞습니다. 내가 아이를 볼 권리로만 여기기 쉽지만, 법은 이것을 아이의 권리로도 파악합니다. 민법은 자녀를 직접 기르지 않는 부모와 그 자녀가 서로 만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지요(민법 제837조의2 제1항). 즉 부모 쪽에서는 아이를 만날 권리이면서, 아이 쪽에서는 부모를 만날 권리라는 이중의 성격을 갖습니다. 그래서 면접교섭은 두 어른의 사적 합의를 넘어, 아이의 복리를 위해 법이 떠받치는 권리로 취급됩니다. 상대가 내 아이는 내가 알아서 한다며 문을 닫아걸어도, 그 행동은 아이가 부모를 만날 권리까지 가로막는 것이라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약속을 안 지키는 상대, 법으로 만나게 할 수 있을까요?
정해진 면접교섭을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저버리면, 가정법원에 이행명령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가사소송법은 판결·심판·조정으로 정해진 면접교섭 허용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상대를 향해, 법원이 신청을 받아 정한 기간 안에 이행하라고 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가사소송법 제64조 제1항 제3호). 여기에는 전제가 붙습니다. 면접교섭의 구체적 내용이 판결이나 심판, 조정조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 가운데 어딘가에 담겨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몇 번, 몇 시간을 만나는지, 아이를 어디서 넘겨주고 돌려받는지가 서면으로 정해져 있어야 비로소 그 위반을 근거로 이행명령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면, 먼저 면접교섭 심판을 청구해 그 내용을 확정하는 것이 앞선 순서입니다. 대개 이런 내용은 이혼 과정에서 함께 정합니다. 협의이혼이라면 양육과 더불어 면접교섭 방식을 협의하고, 재판상 이혼이나 양육 심판이라면 법원이 아이의 나이와 생활을 헤아려 정하지요. 이미 정한 내용도 사정이 달라지면 심판을 통해 손볼 수 있고, 얼굴을 맞대는 만남뿐 아니라 편지·전화·영상통화 같은 방식까지 함께 정해 두기도 합니다.
이행명령을 무시하면 감치까지 가나요?
아닙니다. 이행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어기면 가정법원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매길 수 있지만(가사소송법 제67조 제1항), 몸을 가두는 감치로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법원은 이행명령을 내리기에 앞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사자를 심문하고 이행을 권고하며,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가 뒤따른다는 점을 미리 일러 둡니다(가사소송법 제64조 제2항). 그럼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고, 위반이 이어지면 다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꼭 새겨 둘 한계가 감치입니다. 가사소송법이 정한 감치는 양육비처럼 금전을 정기적으로 지급할 의무나 유아 인도, 양육비 일시금 지급을 어겼을 때만 쓸 수 있고, 면접교섭 허용 의무는 그 목록에 없습니다(가사소송법 제68조 제1항). 상대를 신체적으로 몰아붙여 아이를 강제로 데려오게 만드는 방법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실무는 과태료라는 경제적 부담과 더불어 다른 지점도 함께 활용합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면접교섭을 거듭 가로막는 태도는, 훗날 양육자를 다시 정하는 다툼에서 그 부모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상대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존중하는지가 양육자를 가르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지요. 결국 면접교섭을 계속 틀어막는 것은 눈앞의 과태료를 넘어 자신의 양육자 지위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습니다.
양육비를 못 받았는데도 아이를 보여줘야 하나요?
네, 보여줘야 합니다. 양육비와 면접교섭은 서로 별개의 문제라, 한쪽을 빌미로 다른 쪽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양육비가 밀렸다고 아이를 안 보여줄 수 없고, 거꾸로 면접교섭이 막혔다고 양육비를 끊어서도 안 됩니다. 면접교섭은 아이가 부모를 만날 권리이지 양육비를 낸 값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양육비를 안 주니 아이도 못 본다는 식의 맞대응은 그 자체가 면접교섭을 방해한 것이 되어 이행명령과 과태료로 이어질 수 있고, 양육비는 양육비대로 이행명령과 감치, 지급명령을 밟아 따로 받아내야 합니다.
손주를 못 보게 된 조부모도 나설 수 있나요?
정해진 요건 아래에서는 조부모도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면접교섭권은 본래 부모와 자녀 사이의 것이지만, 민법은 아이를 키우지 않는 부모가 사망했거나 질병·외국 거주처럼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아이를 만날 수 없게 되면, 그 부모의 직계존속인 조부모가 가정법원에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구할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2항). 이를테면 아이를 돌보지 않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경우, 친조부모가 손주와의 만남을 이어 가기 위해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법원은 아이의 뜻과 조부모·아이의 관계, 청구하게 된 동기 등을 살펴 아이의 복리에 맞는지를 따집니다.
아이가 싫다고 하면 면접교섭이 끊기나요?
곧바로 끊기지는 않습니다. 면접교섭이 아이의 복리를 해친다고 판단되면 법원은 이를 제한하거나 배제하거나 방식을 바꿀 수 있습니다(민법 제837조의2 제3항). 면접교섭을 틈타 아이를 학대하거나 데려간 뒤 돌려보내지 않을 우려가 있는 경우, 상대 부모를 심하게 깎아내려 아이에게 정서적 혼란을 주는 경우 등이 그런 예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원칙적으로는 면접교섭을 허용하되 아이의 복리를 침해하는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 한해 배제할 수 있고, 막연한 걱정만으로 면접교섭 자체를 없애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21. 12. 16.자 2017스628 결정). 그래서 아이가 만나기 싫다고 말한다는 것만으로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함께 사는 부모의 영향으로 그런 거부감이 생긴 것은 아닌지까지 들여다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그 의사도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가사소송규칙은 13세 이상 자녀에 대해서는 심판에 들어가기 전에 원칙적으로 의견을 듣게 하고(가사소송규칙 제100조), 그보다 어린 아이도 필요하면 의사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관건은 그 거부가 진짜 아이 자신의 뜻이냐입니다. 함께 지내는 부모가 상대를 헐뜯거나 만남을 부담스럽게 만들어 아이가 등을 돌린 경우라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 만남을 끊는 것이 되레 아이에게 해로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거부의 뒷사정까지 살펴, 면접교섭을 통째로 없애기보다 장소나 방법을 바꾸거나 전문가의 손을 빌려 관계를 잇는 쪽을 고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면접교섭은 가사소송법상 제재가 과태료 선에서 멈춘다는 한계가 있지만, 뒤집어 보면 처음에 방식을 얼마나 촘촘히 정해 두느냐가 그만큼 결정적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혼 조정이나 면접교섭 심판에서 만나는 횟수와 시간, 데리고 오가는 장소와 방법, 명절·방학의 특칙, 여의치 않을 때의 영상통화까지 구체적으로 담아 두면, 나중에 상대가 어겼을 때 이행명령과 과태료를 구할 발판이 뚜렷해집니다. 반대로 자주 보게 해 주겠다는 두루뭉술한 약속만 있으면 밀어붙일 지렛대가 약합니다. 지금 면접교섭이 막혀 있다면, 먼저 정해진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심판으로 내용을 정하는 것부터, 있으면 이행명령 신청부터 검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상대가 언제 어떤 식으로 만남을 미루고 거부했는지를 날짜별로 남겨 두시길 권합니다. 약속했던 날짜, 상대가 보낸 문자, 취소 사유, 실제로 성사된 만남의 횟수를 모아 두면 정당한 이유 없는 불이행이라는 점을 드러내기 수월합니다. 혼자 판단이 어렵다면 이른 단계에 가사 전문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대응을 설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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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837조의2 / 가사소송법 제64조, 제67조, 제68조 / 가사소송규칙 제100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21. 12. 16.자 2017스628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