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 사람이 다쳤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피해자와의 합의입니다. 일반 교통사고에서는 합의가 처벌 여부를 정하기도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에서는 합의를 해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때 합의는 형량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이 되고, 합의금을 어떤 명목으로 주고받았는지는 나중에 손해배상을 정산할 때 다시 문제가 됩니다.
음주운전 사고도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피할 수 없습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는 원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재판에 넘겨지지 않습니다(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본문). 그런데 이 특례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흔히 12대 중과실이라 부르는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같은 열두 가지 경우이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경우도 그중 하나입니다(같은 항 단서 제8호).
음주측정 요구에 따르지 않은 경우와 측정을 방해한 경우도 12대 중과실과 별도로 예외에 들어 있습니다. 호흡측정 대신 채혈 측정을 요청하거나 그에 동의했다면 측정 요구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측정 방해는 운전 뒤에 일부러 술을 더 마시는 것처럼 측정을 어렵게 만드는 행위입니다(도로교통법 제44조 제5항). 사고 뒤 측정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면 합의로 사건을 정리할 길이 막힙니다. 참고로 피해자가 숨진 사고에는 처음부터 이 특례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종합보험에 들어 있으면 괜찮지 않나요?
음주운전 사고에는 종합보험 특례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고를 낸 차가 종합보험이나 공제에 가입되어 있으면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를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특례가 있지만(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4조 제1항 본문), 앞에서 본 12대 중과실이나 측정 거부·방해에 해당하면 이 특례도 적용되지 않습니다(같은 항 단서 제1호).
배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으로 피해자에게 배상이 이루어졌다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일으킨 사고(사고 뒤 호흡조사 측정에 응하지 않은 경우 포함)로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면, 보험회사는 그 돈을 운전자 등 손해배상책임이 있는 사람에게 다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운전자가 실제로 물어낼 금액은 보험계약 약관의 사고부담금 조항에 따라 정해집니다. 대법원은 약관이 법과 다르게 정했다면 보험회사가 약관에서 정한 범위를 넘어 청구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0335 판결).
위험운전치상죄는 언제 적용되나요?
음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운전하다 사람을 다치게 하면 위험운전치상죄가 적용되어 형이 크게 무거워집니다. 일반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숨지게 한 운전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지만(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 위험운전치상죄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피해자가 숨지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입니다(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제1항).
이 죄는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수치가 처벌 기준을 넘었는지와 상관없이, 운전자가 음주의 영향으로 실제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고 그 상태로 운전한 것이 사고로 이어졌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5519 판결). 혈중알코올농도 0.142% 상태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동승한 남편을 다치게 한 사건에서도, 법원은 사고 직전의 주행 모습, 사고 직후의 태도, 경찰이 기록한 말과 행동, 걸음걸이 등을 살펴 위험운전치상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0. 5. 7. 선고 2020고단36 판결).
위험운전치상죄가 성립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는 따로 묻지 않습니다(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9182 판결). 그러나 음주운전죄는 별개의 범죄로 보아 함께 처벌합니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143 판결,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10585 판결).
그래도 합의는 해야 하나요?
합의는 처벌을 막지는 못해도 형량을 정하는 데 반영됩니다. 형법은 형을 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고(형법 제51조 제4호), 피해를 회복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사정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가 합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인적사항도 알려 주지 않을 때는 형사공탁을 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이름이나 주소를 몰라도 재판이 진행 중인 법원 소재지의 공탁소에 피해 배상금을 맡겨 두는 제도입니다(공탁법 제5조의2 제1항). 재판에 넘겨진 뒤에야 쓸 수 있습니다. 공탁이 합의를 그대로 대신하지는 못한다는 점은 폭행·상해,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에서 다루었습니다.
형사합의금은 나중에 손해배상에서 빠지나요?
명목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봅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다면, 위자료(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로 받는다고 따로 밝히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그 돈을 치료비나 일을 못 해 입은 손해 같은 재산상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봅니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46894 판결). 형사처벌과 관련해 공탁한 돈도 마찬가지입니다(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3922 판결).
그래서 합의서에 적는 문구가 양쪽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운전자는 형사합의금이 손해배상금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두어야 같은 손해를 두 번 배상하지 않습니다. 피해자는 받은 돈이 어떤 손해에 대한 것인지, 나머지 손해배상을 따로 청구할 수 있는지를 적어 두어야 나중에 다툼이 줄어듭니다.
마치며
사고 직후 음주측정 요구에는 응하십시오. 거부하면 음주측정거부죄로 따로 처벌받고, 합의로 사건을 정리할 여지도 사라집니다. 합의는 서두르되, 합의서에는 금액과 함께 그 돈이 어떤 손해에 대한 것인지를 적어 두십시오.
원주와 영월에서도 음주운전 사고 뒤 합의를 고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사고 당시의 상태와 피해 정도에 따라 적용되는 죄와 합의의 무게가 달라지므로 자기 사안을 구체적으로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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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4조 / 도로교통법 제44조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 /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29조 / 형법 제51조 / 공탁법 제5조의2
참고 판례: 대법원 1999. 1. 15. 선고 98다43922 판결 / 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다46894 판결 /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8도7143 판결 /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9182 판결 / 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5519 판결 /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4도10585 판결 / 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6다200335 판결 /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0. 5. 7. 선고 2020고단3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