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임금 때문에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는데도 사장이 버티면, 이제 방법이 없는 것처럼 막막해집니다. 그런데 진정은 밀린 임금을 돌려받는 절차가 아니라 사장을 처벌하는 절차입니다. 실제로 돈을 손에 쥐려면 그 뒤의 민사절차와 대지급금 제도까지 알아야 합니다. 노동청 진정으로 체불임금을 회수하지 못했을 때 어떤 순서로 받아낼 수 있는지 정리했습니다.
노동청 진정은 임금을 돌려받는 절차가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진정은 사장을 처벌하는 형사절차일 뿐, 근로자에게 돈을 직접 건네주는 절차가 아닙니다. 우리 법에서 임금체불은 그 자체가 범죄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하면 그날부터 14일 안에 임금을 비롯한 모든 금품을 지급해야 하고(근로기준법 제36조), 이를 어기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됩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그래서 근로감독관은 단순한 행정공무원이 아니라 특별사법경찰관의 신분으로 노동관계 범죄를 경찰처럼 수사합니다. 진정이 들어오면 근로감독관이 조사하고, 체불이 확인되면 검사에게 송치하며, 검사가 기소하면 법원이 처벌 여부를 판단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형사절차라는 뜻이고, 사장을 처벌하는 것이지 근로자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명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진정만으로 임금을 받는 경우가 많을까요?
사장이 처벌을 면하려고 그 단계에서 밀린 임금을 지급하기 때문입니다. 임금체불죄는 원칙적으로 반의사불벌죄여서, 피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사장 입장에서는 벌금을 맞느니 지금이라도 주고 합의하자는 판단을 하게 되고, 이 구조 덕분에 진정이 사실상 임금 회수 수단처럼 기능해 온 면이 있습니다. 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해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가 그 공개기간 중에 또다시 체불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됩니다.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에는 합의했으니 끝이라는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사장이 처벌을 감수하며 버티면 어떻게 하나요?
그때는 민사절차로 가야 임금을 강제로 받아낼 수 있습니다. 형사재판은 처벌을 위한 절차일 뿐이라, 사장이 처벌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으면 그것만으로는 돈을 받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해 판결이나 지급명령을 받고, 그 집행권원으로 사업주의 예금이나 부동산 같은 재산에 강제집행을 합니다. 진정 과정에서 발급받는 체불 임금등·사업주 확인서는 이후 민사절차나 대지급금 신청에서 유용한 자료가 됩니다. 한편 사업주가 고의로 임금을 체불한 경우에는 법원이 체불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을 명할 수 있는데, 고의가 인정되어야 하고 법원의 재량이 따르는 부분이라 실제 적용 여부는 사안별로 달라집니다.
소송하는 동안 생계가 걱정된다면, 대지급금이 있습니다
국가가 체불임금을 먼저 지급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구상하는 제도가 대지급금입니다(임금채권보장법 제7조). 소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 어렵다면 함께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액이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한도가 있습니다. 간이대지급금은 퇴직 근로자 기준으로 임금과 수당이 최대 700만 원, 퇴직금이 최대 700만 원, 둘을 합쳐 총 1,000만 원까지입니다. 그래서 임금이 체불됐을 때 가장 먼저 해볼 일이 내 체불액이 이 한도 안에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한도 안이라면 대지급금만으로 못 받은 임금을 전부 받을 수 있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되고, 한도를 넘는다면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민사절차가 사실상 필수가 됩니다.
임금채권은 3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임금채권은 발생한 날부터 3년이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소멸합니다(근로기준법 제49조). 사장이 곧 주겠지 하며 마냥 기다리다 보면 받을 권리 자체가 시간 속에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점은, 이 3년이 퇴직한 날을 기준으로 한꺼번에 계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임금은 매월 지급기일이 돌아올 때마다 그달 치 청구권이 각각 생기고, 소멸시효도 각 지급기일을 기준으로 따로따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임금이 3년 넘게 밀렸다면 가장 오래된 달의 임금부터 차례로 시효가 완성되어 하나씩 사라집니다. 퇴직할 때 한꺼번에 청구하면 된다고 미루는 사이 오래된 달의 임금은 이미 받지 못하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사장과 연락이 잘 닿지 않거나 회사 사정이 나빠지는 기미가 보이면, 미루지 말고 진정이든 민사절차든 빠르게 밟아야 합니다.
정리하면
노동청 진정은 사장을 처벌하는 절차일 뿐이고, 밀린 임금을 실제로 돌려받으려면 민사절차와 대지급금 제도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임금체불을 당했다면 두 가지를 먼저 점검하시기 바랍니다. 내 체불액이 대지급금 한도인 최대 1,000만 원 안에 들어오는지, 그리고 임금이 발생한 지 얼마나 지났는지입니다. 한도 안이라면 소송 없이도 해결될 수 있고, 3년이 지나면 청구권 자체가 사라집니다. 임금체불 사건은 진정과 민사, 대지급금이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여서 어떤 절차를 어떤 순서로 밟느냐에 따라 회수 가능성과 속도가 달라집니다. 혼자 판단이 어렵다면 이른 단계에서 노동 전문 변호사나 노무사의 조력을 받아 절차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입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함께 보면 좋은 글: 포괄임금제면 야근수당 못 받나요? → [인블로그 게시 후 링크 삽입]
참고 법령: 근로기준법 제36조, 제49조, 제109조 /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