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소송에서 이겨 판결문을 손에 쥐어도, 상대가 스스로 판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실제 내 주머니로 돈이 들어오는 것은 아닙니다. 3년 전 친구에게 2천만원을 빌려주고 대여금을 지급하라는 판결까지 확정되었는데도, 친구는 "지금 가진 게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면, 필요한 것은 또 한 번의 재판이 아닙니다. 그 판결을 지렛대 삼아 상대의 재산을 실제로 내 주머니로 가져오는 일이 남았을 뿐입니다. 1편에서 받을 권리를 어떻게 세우는지 다뤘다면, 이번 글은 그 권리로 상대방의 재산을 가져오는 단계에 관한 것입니다.
판결까지 받았는데 왜 돈이 저절로 들어오지 않나요?
판결문은 그 자체로 돈을 만들어 주는 문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버티면, 국가의 손을 빌려 상대 재산을 붙잡아 돈으로 바꾸는 강제집행을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 재판에서 이기는 일과 그 결과로 실제 채권의 만족을 얻는 일은 전혀 다른 국면입니다.
집행을 시작하려면 준비물이 있습니다. 판결문 같은 집행권원에 집행문을 받아 집행력 있는 정본을 만들고, 그 집행권원이 상대에게 이미 송달돼 있어야 합니다(민사집행법 제39조). 소송을 거치며 판결문이 이미 상대에게 전달됐다면 이 조건은 대체로 갖춰져 있습니다. 참고로 확정된 지급명령은 집행문 없이 정본만으로 곧장 집행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58조).
상대가 재산을 정리하기 전에 먼저 해 둘 일은 없을까요?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이 가압류입니다. 애써 이기고도 막상 가져올 재산이 남아 있지 않으면 판결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투는 동안 상대가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미리 묶어 두는 것입니다. 가압류는 돈으로 받을 채권을 지키려고 상대의 부동산이나 예금, 급여 등에 처분을 막아 두는 보전처분입니다(민사집행법 제276조). 그대로 두면 뒤에 판결을 받아도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몹시 어려워질 우려가 있을 때 인정되며(같은 법 제277조), 소를 내기 전 단계에서도 걸어 둘 수 있어 실무에서는 소송보다 먼저 신청하는 일이 흔합니다.
효과도 알아 둘 만합니다. 부동산에 가압류가 등기되면, 상대가 그 부동산을 남에게 넘겨도 그 처분을 가압류채권자에게는 내세우지 못해 뒤이은 본집행에서 채권자가 우선권을 지킬 수 있습니다. 처분 자체가 법으로 봉쇄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압류가 걸린 부동산은 선뜻 사려는 사람이 없어 사실상 거래가 막힙니다. 게다가 가압류에는 소멸시효를 멈추는 힘도 있어(민법 제168조), 시효가 임박한 상황에서 시간을 벌어 주기도 합니다. 다만 상대가 볼 손해에 대비해 법원이 정한 담보를 공탁하거나 보증보험으로 마련해야 하고(민사집행법 제280조), 뒤에 본안에서 패소하면 부당한 가압류로 상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으므로 가볍게 볼 일은 아닙니다.
"재산이 없다"며 버티는 상대, 재산을 어떻게 찾아내나요?
상대의 "없다"는 말이 사실인지, 법원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수단이 재산명시신청입니다. 확정판결처럼 금전 지급을 명한 집행권원을 쥔 채권자가 신청하면, 법원은 채무자에게 자기 재산의 목록을 제출하게 하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는 선서까지 시킵니다(민사집행법 제61조). 상대가 스스로 재산을 털어놓게 만드는 절차인 셈입니다.
이 절차는 상당히 중요한 과정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명시기일에 나오지 않거나, 목록 제출을 거부하거나, 선서를 거부하면 법원은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68조 제1항). 한술 더 떠 거짓 목록을 내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까지 이어집니다(같은 조 제9항). 재산을 감추려던 상대에게는 이 절차 자체가 만만찮은 압박이 됩니다.
재산명시로도 재산이 드러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요?
그때는 재산조회로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재산명시 절차를 거치고도 재산이 안 보이거나 목록이 부실할 때, 채권자의 신청을 받은 법원이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의 전산망을 뒤져 채무자 이름으로 된 부동산, 예금, 보험, 자동차 등을 직접 확인하는 제도입니다(민사집행법 제74조). 조회할 기관을 콕 집어 신청하고 비용을 미리 예납해야 하지만, 이 단계를 지나면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가 있어 곧장 압류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찾아낸 재산은 어떻게 돈으로 바꾸나요?
재산을 확인했다면 종류에 맞춰 압류하고 현금화합니다. 부동산이라면 강제경매가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채무자 소유 부동산을 법원에 신청해 경매에 부치고 팔린 대금에서 배당을 받는 방식이며(민사집행법 제78조), 임대수익으로 채워 가는 강제관리를 곁들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근저당처럼 앞선 순위 권리가 많으면 손에 쥘 배당이 얼마 안 될 수 있어, 미리 등기부로 권리관계를 살펴야 합니다.
상대가 은행 예금이나 직장에서 받을 급여같이 제3자에게 가진 채권을 갖고 있다면 채권압류가 힘을 발휘합니다. 그 채권을 잡아 둔 다음(같은 법 제223조), 채권자가 직접 받아 가는 추심명령을 받거나 그 채권을 통째로 넘겨받는 전부명령을 받습니다(같은 법 제229조). 전부명령은 다른 채권자를 따돌리고 혼자 차지할 수 있는 대신 제3채무자가 무자력이면 그 위험을 채권자가 떠안고, 제3채무자에게 송달될 때까지 다른 압류·가압류나 배당요구가 겹치면 효력이 없습니다. 반대로 추심명령은 그런 위험은 없지만 여러 채권자와 몫을 나눠야 할 수도 있어, 상대 형편을 보고 택해야 합니다.
월급이나 통장에 있는 돈도 다 가져올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급여와 연금, 상여금, 퇴직금 등은 원칙적으로 2분의 1까지만 압류할 수 있고, 그 절반이 월 250만원에 못 미치면 250만원까지는 압류하지 못합니다(같은 법 제246조 제1항 제4호, 시행령 제3조).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을 남겨 두려는 취지입니다. 반대로 급여가 아주 많은 경우에는 별도의 상한 기준이 적용되어, 절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시행령 제4조). 한편 예금 압류는 채무자에게 미리 알리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통장에 잔액이 남아 있는 때를 노리면 곧바로 붙잡을 수 있어 속도가 빠른 편입니다.
세간살이를 노리는 유체동산 압류는 실속이 크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집행관이 가전이나 살림살이를 압류해 팔지만, 생활에 꼭 필요한 의복·침구·가구·주방기구나 일정 기간의 식료품, 생계비 등은 처음부터 압류가 금지되고(같은 법 제195조), 팔아도 집행비용을 제하면 남는 것이 없을 때는 진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같은 법 제188조).
그래도 끝까지 버티는 상대는 어떻게 압박하나요?
당장 가져올 재산이 안 보여도 상대를 움직일 카드가 하나 더 남습니다. 채무불이행자명부에 올리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신용불량 상태에 가까운 불이익을 주는 제도입니다. 금전 지급을 명한 집행권원이 확정되고도 6개월이 지나도록 갚지 않거나, 앞서 본 재산명시 절차에서 불출석·거부 같은 사유가 있으면, 채권자는 법원에 상대를 명부에 올려 달라고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70조).
명부에 이름이 오르면 신용에 실질적인 흠집이 남습니다. 명부는 법원에 비치되고 채무자 주소지의 시·구·읍·면으로 부본이 가며, 금융기관에도 보내져 신용정보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72조). 대출이나 카드 발급 같은 거래에 제동이 걸리는 셈이라, 신용이 급한 상대라면 이 부담을 못 이겨 스스로 갚겠다고 나서기도 합니다. 물론 빚을 갚으면 채무자의 신청으로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집니다(같은 법 제73조). 직접 돈을 거둬들이는 절차는 아니어도, 다른 길이 막혔을 때 상대를 움직이는 마지막 지렛대가 됩니다.
지금 상대가 빈털터리면 영영 못 받는 건가요?
그렇게 단정할 일은 아닙니다. 판결로 확정된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이고(민법 제165조), 중간에 압류·가압류나 재판상 청구로 시효를 끊어 두면 그때부터 다시 10년이 새로 흐르므로(민법 제178조), 상대에게 재산이 생기는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집행에 나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회수가 여의치 않더라도, 집행권원만큼은 시효가 끊기지 않게 챙겨 두는 것이 나중을 위한 대비가 됩니다.
마치며
판결은 마침표가 아니라 회수의 출발선입니다. 시간을 끌수록 상대의 재산은 소리 없이 흩어지니, 늦기 전에 가압류로 잠가 두고,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로 상대 재산의 소재를 확인한 다음, 재산의 성격에 맞는 집행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장 빠른 길입니다. 원주에 사무실을 둔 법무법인 원결은 인근 영월을 비롯한 지역에서 대여금 회수와 강제집행 사건을 맡아 왔고, 어느 재산을 어떤 차례로 집행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이런 방향을 함께 짚어 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한편 여기까지는 모두 상대에게 거둬들일 재산이 남아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반대로 상대가 처음부터 갚을 마음 없이 속여 돈을 받아 간 경우라면, 민사를 넘어서 형사 사기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 기준과 대응은 다음 편에서 이어 가겠습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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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사집행법 제39조, 제58조, 제61조, 제68조, 제70조, 제72조, 제73조, 제74조, 제78조, 제188조, 제195조, 제223조, 제229조, 제246조, 제276조, 제277조, 제280조 / 민사집행법 시행령 제3조, 제4조 / 민법 제165조, 제168조, 제178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