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부부로 살아온 실체가 있었다면 헤어질 때 법이 보호하는 것이 있습니다. 함께 모은 재산은 명의가 누구 앞으로 되어 있든 나눌 수 있고, 상대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관계를 끊었다면 위자료도 물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재산분할에는 사실혼이 해소된 날부터 2년이라는 기한이 있고,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아래에서 사실혼이 인정되는 기준, 재산분할의 대상과 기준시점, 위자료가 인정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반드시 지켜야 할 기한을 차례로 짚겠습니다. 상대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의 상속 문제는 성격이 아주 달라 별도로 다룹니다.
사실혼은 어떻게 인정되나요?
함께 산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혼인 의사와 부부공동생활의 실체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사실혼을 당사자 사이에 혼인의 의사가 있고 객관적으로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의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는 경우로 봅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그래서 단순히 동거하거나 간헐적으로 만나는 관계는 사실혼이 아닙니다. 혼인신고라는 형식만 없을 뿐 실제로는 부부로 살았다는 점이 드러나야 합니다.
실무에서 판단 자료가 되는 것은 구체적인 생활의 흔적입니다. 결혼식을 올렸는지, 양가가 서로 오갔는지, 같은 세대로 주민등록이 되어 있었는지, 경조사에 부부로 참석했는지,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을 부부로 알고 있었는지 같은 사정입니다. 다툼이 생기면 결국 이런 점들을 얼마나 증명하느냐가 승패를 가르므로,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를 평소에 정리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배우자가 있는 사람과의 관계도 보호받나요?
원칙적으로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한쪽에게 이미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맺어진 이른바 중혼적 사실혼은 법의 보호 밖에 놓입니다. 우리 법이 일부일처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법률혼이 이미 사실상 이혼 상태여서 형식만 남아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이후 법률혼이 해소된 경우에는 그때부터 통상의 사실혼으로 보호받을 여지가 있습니다.
상대 명의로 된 재산도 나눌 수 있나요?
나눌 수 있습니다. 명의가 아니라 함께 이룬 재산인지, 각자가 얼마나 기여했는지가 기준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두 사람이 헤어지면서 사실혼을 정리하는 경우에는 법률혼이 이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사실혼에 유추적용할 수 없지만, 재산분할은 부부재산을 청산한다는 의미이므로 부부의 생활공동체라는 실질에 비추어 사실혼에도 준용 또는 유추적용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립된 입장입니다(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근거 조문은 이혼 시 재산분할을 정한 민법 제839조의2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함께 벌어 마련한 집이 상대방 명의로 되어 있더라도 분할 대상이 됩니다. 퇴직금처럼 혼인 중 제공한 근로의 대가가 유예된 것도 청산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청구는 일반 민사법원이 아니라 가정법원에 합니다.
재산은 언제를 기준으로 나누나요?
사실혼이 해소된 날이 기준입니다. 재판이 끝나는 날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사실혼 해소를 원인으로 한 재산분할에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 액수를 정하는 기준시점을 사실혼이 해소된 날로 못박았습니다(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므11027 판결). 이 점이 중요한 이유는 부동산 가격이 헤어진 뒤 재판 중에 크게 오르내리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준시점이 언제냐에 따라 받을 금액이 달라집니다. 다만 사실혼 해소 이후 사실심 변론이 끝날 때까지 그 재산에 외부적·후발적 사정이 생겼고, 그 이익이나 손해를 한쪽에만 돌리는 것이 공평한 청산이라는 재산분할 제도의 목적에 현저히 어긋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 사정을 가액 산정에 참작할 수 있습니다.
일방적으로 헤어지자고 하면 위자료를 받을 수 있나요?
정당한 이유 없이 관계를 깼다면 받을 수 있습니다.
사실혼 부부에게도 동거하고 서로 부양하며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민법 제826조 제1항). 한쪽이 정당한 이유 없이 이 의무를 저버리고 관계를 깨뜨렸다면 악의의 유기로 사실혼을 부당하게 파기한 것이 되고, 상대방에게 재판상 이혼 원인에 상당하는 잘못이 없는 한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집니다(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반대로 위자료가 인정되기 어려운 경우도 분명합니다. 두 사람이 원만히 합의해 헤어졌거나, 상대의 부정행위나 부당한 대우처럼 관계를 끝낼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던 경우입니다. 인정 여부와 액수는 법원이 파탄의 경위와 책임, 두 사람의 사정을 두루 고려해 정하므로 사안마다 차이가 큽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재산분할은 사실혼이 해소된 날부터 2년 안에 가정법원에 심판을 청구해야 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재산분할청구권이 이혼한 날부터 2년을 지나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고, 이 규정은 사실혼에도 유추적용됩니다. 대법원은 이 2년이 단순한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이고, 재판 밖에서 권리를 주장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며 그 기간 안에 실제로 재산분할심판 청구까지 마쳐야 하는 출소기간이라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상대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두었다고 안심하고 있다가 2년을 넘기면 권리 자체가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사실혼 특유의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혼은 한쪽의 의사만으로도 해소될 수 있어서 정확히 언제 끝난 것인지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바로 그 시점이 2년의 출발점이 됩니다. 헤어진 시점을 두고 다툼이 벌어지면 기한을 넘겼는지 여부까지 함께 걸리게 됩니다. 그러니 관계가 끝났다면 미루지 마시기 바랍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사실혼이었다는 점과 재산 형성에 기여했다는 점, 두 가지를 보여줄 자료가 핵심입니다.
앞의 것은 결혼식 사진과 청첩장, 양가 왕래를 보여주는 기록, 주민등록등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부부로 살았다는 흔적입니다. 뒤의 것은 소득과 지출 내역, 계좌 거래 내역, 대출금 상환 기록처럼 그 재산이 함께 이룬 것임을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상대가 헤어지자고 나온 상황이라면 감정적으로 맞서기보다 이 자료들부터 차분히 정리하시는 편이 결과에 훨씬 도움이 됩니다.
내 사안에서 무엇을 얼마나 청구할 수 있을지, 그리고 사실혼이 언제 해소된 것으로 볼지 가늠이 서지 않으신다면 이른 단계에 변호사와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2년이라는 기한이 있는 만큼 시간을 끄는 것이 가장 불리합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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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826조, 제839조의2
참고 판례: 대법원 1995. 3. 28. 선고 94므1584 판결 / 대법원 1998. 8. 21. 선고 97므544, 551 판결 / 대법원 2022. 6. 30.자 2020스561 결정 / 대법원 2024. 1. 4. 선고 2022므1102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