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상속재산분할협의서 양식을 내려받아 형제들끼리 도장을 찍으면 상속 정리가 끝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협의는 상속인 한 사람이 빠지면 전부 무효가 되고, 각자 받을 몫도 법정상속분 그대로가 아닙니다. 생전에 누가 무엇을 받아 갔는지, 누가 부모를 모셨는지가 그 몫을 바꿉니다.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으로 그 계산 방식이 한 군데 달라졌습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는 누가 참여해야 하나요
공동상속인 전원이 참여해야 하고, 한자리에 모일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상속이 개시되면 상속재산은 일단 공동상속인의 공유가 되고(민법 제1006조), 공동상속인은 언제든지 협의로 이를 나눌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3조 제1항). 대법원은 협의에 의한 상속재산의 분할은 공동상속인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하고, 공동상속인 중 일부의 동의가 없거나 그 의사표시에 대리권의 흠결이 있다면 분할은 무효라고 합니다(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다28299 판결).
협의는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상속인 중 한 사람이 만든 분할 원안을 다른 상속인이 후에 돌아가며 승인하여도 무방합니다(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65438, 65445 판결).
미성년 자녀가 상속인이면 어머니가 대신 도장을 찍어도 되나요
안 됩니다. 상속재산 분할협의는 상속인들 사이에 이해가 대립할 수 있는 행위여서 민법 제921조의 이해상반행위에 해당합니다(2001다28299). 친권자는 법원에 그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하고(민법 제921조 제1항), 자녀가 여럿이면 미성년자 각자마다 특별대리인을 선임해 각 특별대리인이 각 미성년자를 대리해야 합니다. 자녀가 한 명이어도 특별대리인은 세워야 합니다. 친권자가 미성년 자녀를 대리해 한 분할협의는 적법한 추인이 없는 한 무효입니다(2001다28299).
아버지가 사망해 어머니와 어린 자녀들이 함께 상속인이 되는 흔한 경우가 여기에 걸립니다. 어머니가 자녀들을 대리해 "어머니 앞으로 모두 이전한다"는 협의서를 만들어 등기까지 마쳤더라도, 자녀가 성년이 된 뒤 추인하지 않는 한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생전에 집을 받아 간 형제가 있으면 어떻게 계산하나요
받아 간 것을 상속분의 선급으로 보아 계산에 넣습니다. 공동상속인 중에 피상속인으로부터 재산의 증여 또는 유증을 받은 자가 있으면, 그 수증재산이 자기의 상속분에 달하지 못한 때에 그 부족한 부분의 한도에서 상속분이 있습니다(민법 제1008조). 이렇게 미리 받아 간 재산을 특별수익이라 하고, 이미 받은 만큼은 상속재산에서 덜 받게 됩니다.
무엇이 특별수익인지는 액수만으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피상속인의 생전의 자산, 수입, 생활수준, 가정상황 등을 참작하고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형평을 고려하여, 그 생전 증여가 장차 상속인으로 될 자에게 돌아갈 상속재산 중 그의 몫의 일부를 미리 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지에 의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2026년 3월 17일 공포·시행된 개정 민법(법률 제21454호)은 제1008조에 단서를 신설했습니다. 증여나 유증이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데 대한 보상으로 행하여진 때에는, 기여에 상응하는 범위에서 특별수익으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받은 사람이 배우자든 자녀든 가리지 않으므로, 부모를 모신 자녀가 그 보상으로 받은 재산에도 적용됩니다.
다만 모든 상속에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이 단서는 2024년 4월 25일 이후 상속이 개시된 경우에 적용되므로(같은 법 부칙 제2조), 그보다 앞서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지금 나누는 중이라면 이 단서를 주장하기 어렵습니다.
부모를 모신 사람은 상속분을 더 받을 수 있나요
기여분 제도가 있지만 문턱이 높습니다. 상당한 기간 동거·간호 그 밖의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특별히 부양하거나 피상속인의 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히 기여한 공동상속인이 있으면, 그 기여분을 먼저 떼어 놓고 남은 것을 상속재산으로 보아 각자의 상속분대로 나눈 다음, 기여한 사람에게 그 기여분을 더해 줍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1항). 기여분은 공동상속인의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가정법원이 기여의 시기·방법 및 정도와 상속재산의 액 기타의 사정을 참작하여 정합니다(제2항).
대법원은 배우자가 장기간 피상속인과 동거하면서 간호한 사안에서, 그 동거·간호가 부부 사이의 제1차 부양의무 이행을 넘어 특별한 부양에 이르는지와 더불어 동거·간호의 시기와 방법 및 정도, 부양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 상속재산의 규모와 그 사람의 특별수익액 등 일체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의 실질적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는지를 가려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오래 모셨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인정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여분만 따로 떼어 법원에 청구할 수는 없습니다. 기여분 청구는 상속재산분할 청구가 있을 때 함께 해야 합니다(민법 제1008조의2 제4항).
협의를 거부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가정법원에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청구합니다.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공유물분할에 관한 민법 제269조가 준용되어 법원에 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13조 제2항). 다만 곧바로 심판으로 가지는 않고 먼저 조정을 신청해야 합니다. 조정을 신청하지 않고 심판을 청구하면 가정법원이 그 사건을 조정에 회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정에 회부하더라도 조정이 성립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회부하지 않습니다(가사소송법 제50조 제1항·제2항). 실무적으로는 이 단서가 적용되어 조정을 거치지 않고 심판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더 보편적입니다.
법원이 늘 부동산을 분할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법원은 특정 재산을 한 상속인의 소유로 하고 그 사람이 다른 상속인에게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하도록 명할 수 있습니다(가사소송규칙 제115조 제2항). 아파트 한 채가 유일한 상속재산이면 이 방식을 먼저 검토합니다. 그것마저 어려우면, 현물로 분할할 수 없거나 분할로 인하여 현저히 그 가액이 감손될 염려가 있는 때에 해당해 경매를 명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269조 제2항).
마치며
한 번 끝난 상속재산 분할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할의 효력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 소급하지만 제3자의 권리를 해하지는 못합니다(민법 제1015조). 여기서 제3자란 상속재산분할 전에 그 상속재산에 관하여 새로운 이해관계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등기, 인도 등으로 권리를 취득한 사람을 말합니다(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 판결). 협의를 마치기 전에 다른 상속인이 자기 지분을 팔아넘기거나 담보로 제공했다면, 뒤늦게 그 부분을 자기 몫으로 분할하더라도 그 사람에게는 소급효를 주장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협의서를 만들기 전에 상속인이 누구인지와 생전에 오간 재산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원주와 안동에서도 형제끼리 말로 정리해 둔 협의가 몇 해 뒤 등기 단계에서 막히는 일을 자주 봅니다. 협의를 하기 전에 법률 전문가와 논의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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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269조, 제921조, 제1006조, 제1008조, 제1008조의2, 제1013조, 제1015조 / 민법 부칙(법률 제21454호, 2026. 3. 17.) 제2조 / 가사소송법 제50조 / 가사소송규칙 제115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01. 6. 29. 선고 2001다28299 판결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3다65438, 65445 판결 /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0다66644 판결 / 대법원 2019. 11. 21.자 2014스44, 45 전원합의체 결정 / 대법원 2020. 8. 13. 선고 2019다24931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