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은 2021년에 만들어진 뒤 몇 차례 손질을 거치면서 성격이 꽤 달라졌습니다. 그중에서도 합의로 마무리할 수 있던 구조가 사라진 것이 가장 큽니다. 신고를 받은 쪽이 예상하던 절차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 크게 어긋나는 이유입니다.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흉기 또는 그 밖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이용하여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스토킹처벌법 제18조 제1항·제2항).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던 같은 조 제3항은 2023년 7월 11일 삭제되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도 수사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됩니다. 즉, 스토킹범죄는 더 이상 반의사불벌죄가 아닙니다.
그럼 합의는 아무 의미가 없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피해 회복이 이루어졌는지,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했는지는 검사의 기소유예 판단과 법원의 양형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됩니다. 합의로 처벌 자체를 없앨 수 있다는 전제로 대응 방향을 잡으면 어긋난다는 뜻입니다.
신고 직후에는 무슨 일부터 벌어지나요?
형사처벌보다 먼저 겪는 것은 접근을 막는 조치입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나가 스토킹행위를 제지하고 당사자를 분리하는 응급조치부터 합니다(스토킹처벌법 제3조). 그다음부터는 두 갈래입니다. 법원이 검사의 청구나 직권으로 행위자에게 일정한 제지를 명하는 잠정조치를 하고 이에 기초하여 행위자에게 일정한 제재가 가해지는 것이 기본적인 모델입니다(같은 법 제8조 제1항, 제9조 제1항). 그러나 너무 긴급한 상황에서는 경찰이 우선 제재를 가하고 사후 법원에 승인을 받기도 하는데, 이것이 긴급응급조치입니다.
사법경찰관은 스토킹행위 신고와 관련하여 스토킹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행하여질 우려가 있고 스토킹범죄의 예방을 위하여 긴급을 요하는 경우, 직권으로 또는 상대방이나 그 법정대리인, 신고한 사람의 요청에 의하여 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4조 제1항). 내용은 상대방과 그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두 가지입니다.
이 조치는 법원의 사후승인을 받아야 유지됩니다. 검사가 승인을 청구하지 않거나 판사가 승인하지 않으면 그 조치는 즉시 취소되고(같은 법 제5조), 기간은 1개월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같은 조 제5항).
법원의 잠정조치는 무엇이고 얼마나 이어지나요?
법원은 스토킹범죄의 원활한 조사·심리 또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결정으로 잠정조치를 할 수 있습니다(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
종류는 다섯 가지입니다. 피해자에 대한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 경고,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이나 그 주거등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접근 금지, 피해자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 대한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부착, 그리고 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입니다. 이들은 병과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기간도 정해져 있습니다.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전자장치 부착은 3개월, 유치는 1개월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다만 법원이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 앞의 세 가지에 대하여 두 차례에 한정하여 각 3개월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습니다(같은 조 제7항). 사건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이어지지는 않지만, 연장까지 더하면 최대 아홉 달이 됩니다.
결정을 다툴 수 있나요?
항고할 수 있습니다.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결정에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법령의 위반이 있거나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는 경우, 또는 그 결정이 현저히 부당한 경우입니다(같은 법 제12조 제1항). 다만 기간이 짧습니다. 결정을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하여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그리고 항고와 재항고는 결정의 집행을 정지하는 효력이 없으므로(같은 법 제16조), 다투는 동안에도 조치는 그대로 지켜야 합니다.
기간을 놓쳤다면 다른 길이 있습니다. 스토킹행위자나 그 법정대리인은 잠정조치 결정의 취소 또는 그 종류의 변경을 법원에 신청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1조 제1항). 항고와 달리 기간 제한이 없어서, 사정이 달라졌을 때 쓰기에 오히려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한편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거나 사법경찰관이 불송치결정을 하면 잠정조치 결정은 그때 효력을 잃습니다(같은 조 제5항).
접근금지를 어기면 어떻게 되나요?
사건이 커지는 대목이 대개 여기입니다. 접근 금지 또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 잠정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같은 법 제20조 제2항). 긴급응급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같은 조 제3항). 단, 검사가 긴급응급조치에 대한 사후승인을 청구하지 아니하였거나 지방법원 판사가 승인을 하지 아니한 경우는 여기서 빠집니다.
전자장치를 부착한 경우에는 하나가 더 붙습니다. 전자장치를 떼어 내거나 망가뜨리는 등 전자장치의 효용을 해치는 행위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같은 법 제9조 제4항, 제20조 제1항 제1호).
오해를 풀겠다고 한 번 더 연락하는 순간 본래 사건에 새로운 죄가 얹힙니다. 사과하고 싶다거나 해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위험하게 작동하는 시점이 접근금지를 받은 직후입니다.
처벌만 받으면 끝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유죄판결(선고유예는 제외합니다)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하는 경우 200시간의 범위에서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명령 또는 스토킹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을 병과할 수 있습니다(같은 법 제19조 제1항). 형의 집행을 유예할 때에는 수강명령이, 벌금형이나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거나 약식명령을 고지할 때에는 이수명령이 병과될 수 있습니다. 반드시 붙는 것은 아니고 법원이 재량으로 정합니다.
지금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가장 먼저 하실 일은 연락을 완전히 끊는 것입니다.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 금지가 포함된 결정을 받았다면, 그 상태에서의 연락은 그 자체로 별개의 처벌 대상이 됩니다. 실무에서는 물리적 접근 금지와 전기통신 접근 금지가 함께 내려지는 경우가 많으니, 받으신 결정서에 무엇이 담겼는지부터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전달할 말이 있다면 대리인을 통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그다음은 기록을 맞춰 두는 일입니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몇 번 연락했는지, 상대가 어느 시점에 차단했는지, 중간에 상대가 답을 하거나 만난 사실이 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결국 이 흐름입니다.
원주와 충주를 비롯한 인근에서 스토킹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신고 직후에 한 번 더 연락한 것 때문에 사건이 두 배로 커진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 한 번이 없었다면 다르게 전개되었을 사건들입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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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조, 제5조, 제8조, 제9조, 제11조, 제12조, 제16조, 제18조, 제19조, 제20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