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도 협박도 없이 연락만 이어질 때가 가장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만 보내라고 말했는데도 계속되는데, 이 정도로 신고해도 되는 일인지 스스로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좋아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말을 들으면 더 그렇습니다. 그러나 법이 규정한 스토킹행위의 범위는 넓고,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가 스토킹 해당 여부를 정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아닙니다.
스토킹행위는 법에 어떻게 정해져 있나요?
일곱 가지 유형으로 열거되어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가 스토킹행위로 규정한 것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각 목의 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경우입니다.
가목이 규정하는 것은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이고, 나목은 주거나 직장, 학교처럼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입니다. 다목은 우편이나 전화, 팩스,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 말, 부호, 음향, 그림, 영상, 화상이 도달하거나 나타나게 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라목은 물건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도달하게 하거나 주거 부근에 두는 행위, 마목은 그렇게 주거 부근에 놓인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입니다. 바목은 개인정보나 개인위치정보, 또는 이를 편집·합성·가공한 정보를 정보통신망으로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배포 또는 게시하는 행위를, 사목은 상대방의 이름이나 사진, 영상, 신분 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상대방인 것처럼 가장하는 행위를 각각 두고 있습니다.
저 말고 가족에게 연락한 것도 해당되나요?
해당될 수 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가 정한 상대방의 범위에는 피해자 본인 외에 그 동거인과 가족까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본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부모나 형제에게 전화를 돌리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그렇게 걸린 연락이 본인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면 스토킹행위로 봅니다.
한 번 연락한 것으로도 범죄가 되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은 두 개념을 나눠 놓았습니다. 같은 조 제2호가 스토킹범죄로 정한 것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경우입니다. 단발로 그친 연락은 스토킹행위에는 들어가더라도 거기서 곧장 범죄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무서워하지 않으면 처벌이 안 되나요?
피해자의 감정은 성립 요건이 아닙니다. 대법원이 세운 기준은 이렇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각 목에 해당하는 행위가 객관적·일반적으로 볼 때 이를 인식한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평가되면,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그런 감정을 갖게 되었는지를 따지지 않고 스토킹행위로 봅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속되거나 반복된 이상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그 충분한 정도를 무엇으로 가리는지도 같은 판결이 밝히고 있습니다. 먼저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와 지위, 성향을 보고, 여기에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행위 태양, 서로의 언동, 주변 상황을 더합니다. 이런 행위 전후의 사정을 종합해 객관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도 스토킹인가요?
받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실제 통화가 이루어졌는지와 상관없이 제2조 제1호 다목의 스토킹행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가 표시되도록 함으로써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킨 경우입니다(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
받았다면 사정이 다른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같은 판결은 두 경우를 나란히 짚었습니다. 통화 내용이 불안감을 일으키는 것이었음이 밝혀지지 않은 때,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끊은 때입니다. 어느 쪽이든 수신 전에 벨소리가 울리거나 발신자 번호가 표시된 사정까지 포함해 평가된다면 다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부재중 기록만 남은 상황도 증거로 쓰인다는 뜻입니다.
카카오톡이나 디엠은 어떻게 세나요?
보낸 횟수대로 셉니다. 근거가 되는 조문은 앞서 본 다목입니다. 글이나 말을 정보통신망을 통해 도달하게 한 경우는 물론,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의 기능으로 그것이 상대방에게 나타나게 한 경우까지 다목이 적용됩니다. 카카오톡과 인스타그램 디엠이 전형적인 예입니다.
세는 기준은 글자 수가 아니라 전송 횟수입니다. 긴 글을 한 통으로 보내면 한 건, 같은 내용을 열 번에 쪼개 보내면 열 건입니다. 몇 달 동안 하루 수십 통씩 이어진 사건이라면 공소장에 붙는 일람표가 3천, 4천 단위로 불어납니다. 보낸 쪽은 한 사람에게 말을 걸어 왔다고 여기지만, 기록에는 발송 하나하나가 따로 남습니다.
수천 건이면 죄도 수천 개가 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제2조 제2호의 정의 자체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이어서, 그 일련의 행위는 포괄해 하나의 죄가 됩니다. 대법원 역시 여러 개의 행위가 포괄하여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
물론 범의가 중간에 끊겼다가 새로 생긴 것으로 볼 사정이 있다면 죄는 나뉩니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반복했는지는 양형에서 그대로 무게가 됩니다.
지금 무엇부터 해 두어야 할까요?
확인할 것은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열거된 일곱 가지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그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었는가입니다. 겁을 먹었는지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받지 않은 전화도 벨이 울렸다면 남고, 메신저는 보낸 횟수가 곧 건수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기록을 지키는 일입니다. 통화목록과 부재중 기록은 지우지 마시고, 메시지는 날짜와 시간, 발신자가 한 화면에 들어오도록 캡처해 두시기 바랍니다. 집이나 직장 근처에서 기다린 일이 있었다면 그날 몇 시에 어디였는지를 적어 두십시오. 본 사람이 있는지, 폐쇄회로 영상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확인해 두시면 좋습니다. 몇 건이 얼마 동안 이어졌는지가 곧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원주와 여주를 비롯한 인근에서 이런 사건을 맡다 보면, 무섭기는 한데 이 정도 일로 신고해도 되나 싶어 몇 달을 흘려보내고 오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사이에 지워진 기록이 가장 아깝습니다. 신고 이후에 이어지는 조치와, 상대가 합의를 요구해 왔을 때의 문제는 별도의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참고 법령: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참고 판례: 대법원 2023. 5. 18. 선고 2022도12037 판결, 대법원 2023. 9. 27. 선고 2023도641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