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없었으니 이혼하면 빈손으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을 자주 듣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재산분할에서 따지는 잣대는 재산이 누구 이름으로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부부가 함께 이룬 것이냐이고, 살림과 육아로 가정을 떠받쳐 온 시간은 법이 인정하는 재산 형성의 기여입니다. 집과 예금이 전부 배우자 명의여도 나눔의 대상이 되고, 사정에 따라 상속받은 재산이나 아직 손에 쥐지 않은 퇴직금까지 들어옵니다. 다만 이혼한 날부터 2년이라는 시한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기여가 인정되는 근거, 내 몫이 정해지는 방식, 나눌 수 있는 재산의 범위, 그리고 기한과 대비 방법을 차례로 짚겠습니다.
소득이 없었는데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가사와 육아가 곧 재산 형성의 협력으로 평가됩니다.
재산분할은 부부가 혼인 중 힘을 합쳐 이룩한 재산을 이혼하면서 청산해 나누는 제도입니다(민법 제839조의2). 관건은 재산의 명의가 아니라 그것이 부부가 함께 일군 것이냐에 있습니다. 그래서 집이나 예금이 배우자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혼인 기간에 부부가 같이 만들고 지켜 온 재산이라면 나눔의 대상이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협력은 밖에서 벌어 온 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돌보고 살림을 맡아 배우자가 바깥일에 몰두할 수 있도록 받쳐 준 일 자체가, 재산을 일구고 지켜 낸 기여로 평가됩니다. 전업주부라는 사정만으로 재산분할에서 밀려나지 않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내 몫은 얼마나 되나요?
정해진 비율은 없습니다. 혼인 기간과 역할, 재산 형성 과정을 두루 살펴 정합니다.
법원은 혼인이 얼마나 이어졌는지, 가사와 육아의 분담은 어땠는지, 재산을 불리고 지키는 데 각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별도의 벌이가 있었는지 등을 두루 종합합니다. 한때는 전업주부의 기여를 박하게 보던 시절도 있었지만, 근래 실무는 가사·육아의 기여를 점점 넓게 인정하는 흐름입니다. 그렇다고 언제나 절반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혼인 기간이 짧았거나 재산을 이루는 데 이렇다 할 몫이 없었다면 기여도가 낮게 잡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퍼센트라고 미리 못을 박기는 어렵고, 내가 가정에 어떤 보탬이 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두는 일이 결과를 가릅니다. 자녀를 어떻게 키웠는지, 가계를 어떻게 꾸리고 저축을 이어 갔는지, 배우자의 일을 어떤 방식으로 뒷받침했는지가 그런 내용입니다.
몫이 정해지면 나누는 방식도 함께 결정됩니다. 집을 지분으로 쪼개 나누기도 하고, 한쪽이 통째로 갖는 대신 그 값어치만큼을 상대에게 돈으로 정산해 주기도 합니다.
배우자 명의로 된 재산도 나눌 수 있나요?
나눌 수 있습니다. 명의는 기준이 아닙니다.
혼인 중 부부가 함께 모은 재산이라면 집이든 예금이든 주식이든 이름과 무관하게 분할 대상입니다. 남편 명의의 아파트, 남편 이름으로 된 예금과 자동차가 모두 여기 들어갑니다. 실제로 나눌 재산의 상당수가 어느 한쪽 명의로만 되어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상속받은 재산은 어떻게 되나요?
원칙적으로는 나누지 않지만, 유지하거나 불리는 데 기여했다면 달라집니다.
혼인 전부터 각자 지녔던 재산이나 혼인 중 상속·증여로 받은 재산은 특유재산이라 하여 원칙적으로는 나눔에서 빠집니다. 다만 상대 배우자가 그 재산이 줄지 않도록 지키거나 늘리는 데 적극적으로 손을 보탰다고 인정되면 분할 대상으로 끌어올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 혼인 기간이 길고 그 재산을 부부가 함께 관리해 왔다면 기여를 인정받을 여지가 커집니다.
빚도 나누나요?
공동재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진 빚은 함께 따지지만, 개인적으로 진 빚은 다릅니다.
부부 한쪽이 혼인 중 제3자에게 진 빚은 일상가사에 관한 것이 아닌 한 원칙적으로 개인의 채무여서 청산에 넣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공동재산을 이루는 데 딸려 생긴 빚이라면 청산 대상이 됩니다(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1493 판결). 집을 사면서 받은 주택담보대출은 앞의 경우이고, 배우자가 혼자 벌인 투자로 생긴 빚은 그렇게 보기 어려운 뒤의 경우입니다.
아직 받지 않은 퇴직금도 나눌 수 있나요?
나눌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이혼 시점에 아직 퇴직하지 않아 실제로 퇴직급여를 받지 않았더라도,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이 끝날 무렵 이미 잠재적으로 존재하고 경제적 가치를 현실적으로 따질 수 있는 퇴직급여채권이라면 분할 대상에 든다고 보았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그 시점에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급여 상당액이 대상이 됩니다(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은 재산분할과는 별도로 이혼한 배우자가 나눠 받는 분할연금 제도가 따로 있습니다. 연금 종류마다 요건이 다르니 해당 제도를 함께 확인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언제까지 청구해야 하나요?
이혼한 날부터 2년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권리 자체가 사라집니다.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소멸합니다(민법 제839조의2 제3항). 여기서 자주 헷갈리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2년은 상대에게 말로 요구하거나 내용증명을 띄우는 것만으로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 안에 실제로 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을 접수해야 비로소 채워집니다. 재산분할 자체가 이혼이 성립한 뒤에 밟는 절차이므로, 이혼과 함께 매듭짓거나 늦어도 이혼 후 2년이 차기 전에 법원에 청구를 넣어야 합니다.
상대가 재산을 빼돌리면 어떻게 하나요?
재산을 확인하고 묶어 두는 절차가 있고, 이미 넘긴 처분을 되돌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재산이 배우자 이름으로 흩어져 있다면 법원을 거쳐 상대 명의 재산을 확인하는 절차(재산명시·재산조회)를 쓸 수 있고, 빼돌릴 낌새가 보이면 가압류나 가처분으로 먼저 붙들어 둘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분할을 피하려고 이미 재산을 남에게 넘긴 뒤라면, 요건을 갖춰 그 처분을 취소하고 되돌려 달라고 가정법원에 청구하는 길도 있습니다(민법 제839조의3). 다만 이 청구에도 기간 제한이 있어 늦어지면 그마저 막힙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내 기여를 보여줄 자료와 상대 재산의 윤곽, 두 가지입니다.
앞의 것은 자녀 양육과 가계 관리를 드러내는 기록입니다. 통장 거래내역과 가계 지출, 자녀의 등하원과 병원 이력, 배우자의 일을 받쳐 준 정황을 시점별로 정리해 두면 기여를 증명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뒤의 것은 부동산 등기, 예금과 보험, 주식 계좌, 퇴직금 예상액처럼 나눔의 대상이 될 재산의 목록입니다.
전업주부라고 해서 불리하게 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승부를 가르는 것은 소득의 유무가 아니라 기여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보여주느냐입니다. 2년이라는 시한도 걸려 있으니, 혼자 애태우기보다 이른 단계에 변호사와 상의해 방향을 잡으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구체적 사안에 대한 상담이 필요하시면 변호사와 직접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법률 상담이 필요하시면 화면에 있는 법무법인 원결 카카오톡 채널로 편하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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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839조의2, 제839조의3, 제843조
참고 판례: 대법원 1994. 5. 13. 선고 93므1020 판결 / 대법원 1998. 2. 13. 선고 97므1486, 1493 판결 / 대법원 2014. 7. 16. 선고 2013므2250 전원합의체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