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으면 사업주가 밟는 순서는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처리를 하고, 다친 근로자나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고 필요하면 배상까지 합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면 할 일을 다 했다고 여기기 쉬운데, 형사사건은 그와 별개로 진행됩니다. 보상을 했는지가 아니라 안전에 관하여 사업주가 지고 있던 의무를 다했는지를 묻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회사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나요?
상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적용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에게 적용하지 않는다고만 정해 두었으므로(중대재해처벌법 제3조), 그 선을 넘으면 직원 여남은 명이 일하는 작은 공장도 대상이 됩니다.
5명 미만이어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형사책임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이면 규모를 따지지 않고 적용되고,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도 그대로 남습니다.
중대재해라는 말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달리 씁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이 개념을 경영책임자등을 처벌하는 기준으로 쓰고, 산업안전보건법은 사고가 난 뒤 사업주가 지는 조치 의무를 발동시키는 기준으로 씁니다. 사망자가 1명이라도 발생하면 두 법 모두 중대재해입니다. 갈리는 것은 부상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이면 중대재해로 보는 반면(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2호 및 동법 시행규칙 제3조),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일 때 중대산업재해로 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2호). 직업성 질병자가 여럿 나온 경우에도 두 법 모두 중대재해가 될 수 있는데, 인원과 기간 요건은 서로 다릅니다.
사고 현장에 없었는데 왜 대표가 피의자가 되나요?
의무가 사람이 아니라 자리에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하는 경영책임자등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2조 제9호 가목).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 그 현장에 가 본 적이 있는지는 이 정의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경영책임자등이 지는 의무는 현장에 무엇을 설치했느냐가 아닙니다. 재해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을 두어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할 것, 재해가 발생하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고 이행할 것, 행정기관이 개선이나 시정을 명하면 이행할 것, 안전보건 관계 법령상의 의무이행에 필요한 관리상의 조치를 할 것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4조 제1항 각 호). 회사가 안전을 관리하는 틀을 세워 두었는지를 보는 조항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현장을 봅니다. 기계나 설비에 의한 위험, 중량물 취급처럼 불량한 작업방법에 의한 위험,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토사가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서의 위험을 막는 안전조치를 사업주 의무로 정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분진이나 소음, 폭염과 한파로 인한 건강장해를 막는 보건조치를 함께 둡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39조 제1항). 두 법이 요구하는 것이 이렇게 다르기 때문에, 한 사고에서 둘 다 문제 됩니다.
사고 하나에 죄가 셋이면 세 번 처벌받나요?
세 번이 아니라 한 번입니다. 한 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가장 무거운 죄에 대하여 정한 형으로 처벌하기 때문입니다(형법 제40조).
법정형은 이렇습니다.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안전조치 의무 위반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고(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중대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등은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징역과 벌금을 병과할 수 있습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6조 제1항). 업무상과실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형법 제268조).
대법원이 세 죄를 상상적 경합으로 본 이유는 이렇습니다. 대표이사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작업계획서 작성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과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관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같은 일시·장소에서 같은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부작위여서 사회관념상 하나의 행위로 평가된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
처벌받는 쪽이 대표 개인만도 아닙니다. 경영책임자등이 법인의 업무에 관하여 위반행위를 하면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법인에도 벌금형을 과하는데, 사망 사고는 50억원 이하입니다(중대재해처벌법 제7조 제1호). 산업안전보건법에도 같은 구조의 양벌규정이 있어 근로자 사망의 경우 법인에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따로 붙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두 조문 모두 법인이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두고 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나요?
작업을 멈추고 근로자를 대피시키는 것이 먼저입니다.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에서 대피시켜야 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51조),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도 즉시 해당 작업을 중지시키고 대피시켜야 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제1항).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그다음이 보고입니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보고해야 하고(산업안전보건법 제54조 제2항), 보고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보고하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5조 제2항 제2호).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실을 은폐해서도 안 됩니다(산업안전보건법 제57조 제1항). 현장을 서둘러 정리하고 조용히 넘기려 한 정황은 형사사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같은 사고를 두고 두 개의 기관에서 조사를 시작합니다. 근로감독관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에 관하여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하지만,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그 직무 범위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제1항). 노동청과 경찰이 따로 수사해 각각 검찰로 보내므로, 두 곳에서 한 진술이 어긋나면 그대로 불리하게 돌아옵니다.
마치며
합의를 했다고 사건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세 죄 모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어서, 합의가 있어도 기소와 재판은 그대로 진행되고 형을 정할 때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될 뿐입니다.
갈리는 지점은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그 전입니다. 인력과 예산을 두고, 점검하고, 기록을 남겨 두었는지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이행했는지를 가릅니다. 원주와 충주 일대에서 사업장을 운영하고 계시다면 상시 근로자가 다섯 명을 넘는지부터 한 번 확인해 두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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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조, 제4조, 제6조, 제7조 /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39조, 제51조, 제54조, 제57조, 제167조, 제168조, 제173조, 제175조 /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3조 / 형법 제40조, 제268조 /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제6조의2
참고 판례: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3도12316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