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처리를 마치고 보험급여를 받고 나면 그것으로 끝이라고 여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 정한 보험급여 여덟 가지 안에 위자료는 없습니다(산재보험법 제36조 제1항). 위자료는 산재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대표적인 산재 손해로, 이와 같은 손해들은 여전히 사업주에게 배상책임이 있습니다.
산재 신청은 회사가 해 주는 건가요?
아닙니다. 요양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이 근로복지공단에 직접 신청합니다(산재보험법 제41조 제1항). 사업주의 동의나 확인은 신청의 요건이 아니고, 진료한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신청을 대행할 수도 있습니다(같은 조 제2항).
프리랜서라고 해서 반드시 적용이 배제되는 것은 아닙니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특정 직종에 종사하는 노무제공자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보기 때문입니다(산재보험법 제91조의15 제1호, 제91조의16 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83조의5).
다만 부상이나 질병이 3일 이내의 요양으로 나을 수 있으면 요양급여가 나오지 않고(산재보험법 제40조 제3항), 취업하지 못한 기간이 3일 이내면 휴업급여도 지급되지 않습니다(산재보험법 제52조 단서).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3년, 장해급여와 유족급여, 장례비는 5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합니다(산재보험법 제112조 제1항).
회사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못 받나요?
받을 수 있습니다. 산재보험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에 적용되고(산재보험법 제6조), 사업주는 가입 신고를 했는지와 무관하게 당연히 보험가입자가 됩니다(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5조 제3항).
사업주가 신고를 게을리한 기간에 재해가 발생해도 근로자는 보험급여를 그대로 받습니다. 대신 공단이 지급 결정한 보험급여의 100분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사업주에게서 징수합니다(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26조 제1항 제1호,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다만 이 징수액은 신고를 게을리한 기간에 냈어야 할 산재보험료의 5배를 넘지 못하고, 요양을 시작한 날부터 1년이 되는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까지 청구사유가 생긴 보험급여로 한정됩니다. 미가입 사실이 드러나면 4대보험 소급 가입과 보험료 소급 부과도 따라옵니다.
공상처리하자는데, 받아들여도 되나요?
합의를 했다고 해서 산재 신청을 못 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양도하거나 압류할 수 없고 담보로 제공할 수도 없으며(산재보험법 제88조 제2항), 대법원도 사업주로부터 보험급여와 별도로 합의금을 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보험급여청구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1993. 6. 22. 선고 92누16102 판결 참조).
다만, 같은 사유로 보험급여에 상당한 금품을 먼저 받으면 공단은 그 금액의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않습니다(산재보험법 제80조 제3항). 같은 사유인지는 손해의 성질로 따집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 합의금 가운데 치료비와 일하지 못한 기간의 수입에 해당하는 부분은 요양급여·휴업급여와 성질이 같아 공제되지만, 위자료에 해당하는 부분은 성질이 달라 공제되지 않습니다. 합의서에 금액만 적고 무엇에 대한 돈인지 적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이 구분을 두고 다투게 됩니다.
산재로 처리하면 요양급여로 치료비가 나오고, 휴업급여로 평균임금의 100분의 70이 지급되며(산재보험법 제52조), 치유된 뒤 장해가 남으면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가 따로 나옵니다(산재보험법 제57조).
회사에 따로 청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대표적으로 위자료가 있습니다. 수급권자가 같은 사유로 보험급여를 받으면 사업주는 그 금액의 한도에서만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므로(산재보험법 제80조 제2항), 보험급여가 메우지 못한 손해는 남습니다. 보험급여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 장례비, 직업재활급여 여덟 가지인데(산재보험법 제36조 제1항) 위자료라는 항목이 없습니다. 위자료는 산재보험으로 한 푼도 나오지 않고 사업주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으로만 받을 수 있습니다. 휴업급여도 평균임금의 100분의 70만 지급되므로, 나머지 100분의 30에 대해서는 여전히 사업주에게 청구할 수 있습니다.
청구의 근거는 산재보험법이 아니라 민법입니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르는 보호의무, 곧 근로자가 일하는 과정에서 생명과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작업환경을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의무를 집니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이 보호의무를 저버려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사업주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이 청구의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참조, 민법 제162조 제1항).
다만 재해가 생기는 데 근로자의 과실이 함께 작용했다면 그 비율만큼 과실상계가 되어 배상액은 줄어듭니다.
산재를 신청했다고 불이익을 주면 어떻게 되나요?
사업주는 근로자가 보험급여를 신청한 것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에 불이익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됩니다(산재보험법 제111조의2). 이를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산재보험법 제127조 제3항 제3호).
신청을 말리는 회사가 드는 이유는 대개 보험료가 오른다는 것입니다. 신청 이후에 자리를 옮기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도 불이익한 처우에 해당할 수 있어, 사업주로서는 보험료 부담보다 이쪽이 더 무겁습니다.
마치며
공상처리를 권유받았다면 서명하기 전에 산재처리를 했을 때 받을 것과 견주어 보시기 바랍니다. 합의서를 쓴다면 그 돈이 무엇에 대한 것인지도 함께 적어 두십시오.
산재처리를 마쳤더라도 위자료처럼 보험급여가 배상하지 않는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은 여전히 있습니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산재처리를 했다고 배상책임까지 끝나는 것이 아니며, 공상으로 덮은 합의가 오히려 뒤에 다툼을 남기기도 합니다.
원주와 춘천 등 인근 사업장에서 재해가 있었다면 어느 쪽이든 진료기록과 사고 당시의 사진, 목격자 진술부터 챙겨 두시기 바랍니다. 남은 손해의 범위와 과실 비율이 결국 그 자료에서 갈립니다. 인정 여부와 금액은 사안마다 다르므로 법률 전문가와 논의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위광복 변호사(법무법인 원결 대표변호사, 대한변호사협회 등록 가사법·노동법 전문변호사,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법무부장관·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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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법령: 민법 제162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6조, 제36조, 제40조, 제41조, 제52조, 제57조, 제80조, 제88조, 제91조의15, 제91조의16, 제111조의2, 제112조, 제127조, 같은 법 시행령 제83조의5 /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6조, 같은 법 시행령 제34조
참고 판례: 대법원 1993. 6. 22. 선고 92누16102 판결 / 대법원 1999. 2. 23. 선고 97다12082 판결 /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60247 판결 /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두724 판결